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글로벌 기후에너지 시장서약 이사회 부의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천안의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충남도 제공
“이제 나의 리더십이 아니라 지방정부 수장인 당신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이끌어 낸 주역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글로벌 기후에너지 시장서약 이사회 부의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제안했다.
피게레스 부의장과 안희정 지사는 19일 오전 충남 천안의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나 약 5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피게레스 부의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약을 이끌어냈고, 지금은 2020년까지 탄소 배출을 감소세로 전환하는 목표를 가진 단체 ‘미션2020’의 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날 피게레스 부의장은 “과학자들은 2020년에 탄소배출량이 감소세로 바뀔 거라 예측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의 내용인 ‘37% 탄소 저감 노력’을 2020년부터 시행할 거라 확신하냐”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안 지사의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가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시도지사와 시·군의 자치단체장의 참여를 독려해 이들이 각 지역의 기업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피게레스 부의장이 19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 ‘탄소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충남도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피게레스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지엽적으로 에너지 전환 대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탈석탄을 이미 선언했고, 내일(20일)이면 탈핵에 대한 결과를 알게 될텐데 이런 방향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환영받을 사안이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기술력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피게레스 부의장은 “한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재생에너지에 적용시키는 시도는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강화해 수출 품목의 다변화를 꾀하는 쪽으로 경제패턴 전환이 시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게레스 부의장은 기후변화 문제에 공감하는 다른 나라의 지방정부와 연대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제리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듬해 9월에 세계의 지방정부 수장과 기업인을 모아 탄소 절감과 재생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 충남도를 초청하고 싶다. 아시아 지역의 지방정부 수장들과 뜻을 같이 해 '언더 투 엠오유(Under 2 MOU) 이니셔티브'에 공동 가입하는 것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언더 투 엠오유(Under 2 MOU) 이니셔티브'는 ‘지구 평균온도를 2도 낮추자’는 목표로 세계 33개국 160개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탄소 배출 감축 기구다.
안 지사는 피게레스 부의장의 제안에 화답하면서도 “(개발도상국인) 아시아의 많은 국가는 탄소 감축을 개발과 성장을 방해하는 이슈로 여길 수 있다. 앞서 개발을 마친 한국이나 일본 등이 이 논의를 주도해선 아시아연대를 만들기 어렵다. 피게레스 부의장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한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협력체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담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피게레스 부의장을 배웅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이날 대담은 충남도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충남 지역에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53기 중 47%(26기)가 밀집돼 있다. 충남도는 지난해 ‘충남의 제안’이란 이름으로 탈석탄 정책과 지역별 차등전력요금제를 중앙정부에 제안하는 등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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