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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무리한 감사자료 요구는 낭비”

등록 2005-11-21 21:57수정 2005-11-21 21:57

고유권한 앞세워 몇년차 보도자료·내역 등 요구 “실시간 홈페이지 올리는데…” 관련직원들 불만
자치의회가 자치단체 행정사무 감사에 몇년치 보도자료 등 필요 이상의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행정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는 시 도시계획국 행정감사에서 위원회 공통자료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업무와 관련한 언론 보도내용 및 해명자료, 시정내용과 조치사항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한 자료는 A4용지 크기로 248쪽에 이른다. 재정경제위원회의 한 의원은 시립직업학교 4곳에 대해 신입생 모집 관련 홍보내용이 실린 신문이나 생활정보지 사본을 달라고 요구했다. 또 건설위원회의 한 의원은 건설안전본부에 70여쪽에 이르는 전체 직원 명단과 담당업무 내역 자료를 요구했다. 시의 한 공무원은 “분량도 분량이지만 실제로 자료를 다 보는지가 의문이 들어 자료 준비에 회의가 든다”고 털어놨다.

기초 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북지역의 한 구의원은 구청에 보도자료 2년치와 실제 보도내용을 요구했다. 해당 구청이 올해 내놓은 보도자료만 수백건에 이르는 데다 언론 보도내용을 더할 경우 분량은 서너배로 불어난다. 구청 관계자는 “보도자료와 언론보도문은 실시간으로 구청 홈페이지에 올리는데, 이런 것까지 감사자료로 요구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년에 한 차례 11월말에서 12월초에 열리는 자치의회의 행정사무 감사는 의회의 고유권한인 데다 법적 근거가 명확해, 의회가 감사자료를 무리하게 요구하더라도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이를 거부할만한 명분이 없다. 국정감사의 경우에는 피감기관의 대상과 범위를 놓고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직장협의회가 국감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게다가 자치단체는 조례 제정과 예산안 통과, 각종 정책 집행을 위해 의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분량이라도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탓에 불필요한 자료 작성 등에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상임위 의원과 언론 제공용, 보관본 등을 합쳐 자료 1건당 50부 가량을 만드는데, 각 국실별로 행정사무 감사자료 준비에만 1천만~2천만원 가량을 지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종이없는 행정’ 선언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시디(CD)에 자료를 구워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의원들이 워낙 종이에 길들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시의 다른 공무원은 “몇년부터 몇년까지 오간 공문, 보도자료를 다 내달라는 식으로 자료를 요구하면 일일이 검토하지 않는 것은 뻔하다”며 “어종 불문하고 바다에 투망을 던져 그물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보겠다는 식”이라고 비꼬았다.

이유주현 이호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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