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의 주부 최은희씨가 소싸움장을 반대하며 정읍시청 앞에서 벌인 1인 시위가 30일로 100일을 맞았다. ‘소싸움도박장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제공
“축산테마파크로 위장한 소싸움장 NO, 쇠똥구리와 더불어 사는 진짜 축산테마파크 YES.”
예산낭비와 동물학대 논란을 빚는 전북 정읍 축산테마파크 사업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31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주부 최은희(49)씨는 지난 6월5일부터 정읍시청 앞에서 평일 아침 8~9시에 시위를 벌였다. 정읍에 사는 최씨는 “새벽에 집주변을 산책하고 나면 그 신선함에 돈으로 살 수 없는 매혹을 느낀다. 하지만 그 좋은 공기에 소싸움장 때문에 지독한 악취가 스며든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며 반대했다.
정읍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소싸움경기장을 포함한 축산테마파크를 추진한다. 시는 내장산 자락 부전동 일대 터 6만530㎡에 사업비 113억원을 들여 축산테마파크를 내년 말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전체면적 중에서 소싸움장 등이 들어설 다목적경기장이 1만여㎡이고, 나머지 5만여㎡가 축산체험장·전통가축마당과 조경면적 등이다. 축산단체 등은 “사계절 관광지화에 기여하고 주민소득과 고용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며 찬성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으로 꾸려진 ‘소싸움도박장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은 “소싸움경기장은 우권을 사서 베팅을 하는 도박시설로 즉각 건립을 멈춰야 한다. 소싸움은 전통민속을 핑계로 한 동물학대일 뿐이다.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은 정읍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반대했다.
정읍시민행동은 특히 “사업부서 책임자인 시 축산과장이 거의 매일 본인의 근무지인 2청사가 아닌 본청으로 와서 찬성단체들에게만 음료 등 편의를 제공하며 환대하지만, 이 사업에 반대하며 1인 시위하는 시민과는 대화도 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박근혜정부가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로 나눠 관리했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읍시민행동은 이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17일 정읍시에 보냈다.
정읍시 관계자는 “과장에 대한 감사문제는 본질이 아닌 사소한 것으로 본다. 공직자로서 불법을 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할 마땅한 법규정이 없다. 다만 민원인 응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측면이 있으므로 주의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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