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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삼송동 닭집 “대형 쇼핑몰 문 연 뒤 하루 매출 5만원”

등록 2017-10-31 17:15수정 2017-10-31 21:51

[현장] 초대형 쇼핑몰 몰려온 고양시
104만 인구에 대규모 점포만 38개 ‘제살깎기 경쟁’
스타필드·이케아 개장 뒤 지역상권 매출 반토막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지구에 개장한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에서 31일 주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지구에 개장한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에서 31일 주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대형 쇼핑몰이 밀집한 경기도 고양시에 지난 8월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문을 연데 이어, 지난 19일 스웨덴의 글로벌 기업 이케아를 비롯해 롯데아울렛 등 초대형 유통업체들이 줄지어 개장해 지역 소상공인들이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인구 104만명의 고양시에는 매장 면적이 3천㎡가 넘는 대규모 점포가 38개나 들어서 지역 상권이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스타필드와 이케아가 들어선 고양 삼송지구를 돌아보니, 음식점 등 상가 90여 곳에 손님은 거의 없고 상인의 한숨만 가득했다. 지역 상인들은 스타필드 고양(매장면적 13만5500㎡) 개장 뒤 삼송뿐 아니라 인근 능곡, 원당 쪽 옷가게와 생필품 가게, 음식점, 슈퍼마켓 등 로드샵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폐업이 줄잇고 있다고 전했다.

삼송에서 30년째 닭을 팔아온 성아무개(63)씨는 “하루 30만원이던 매출이 5만원 안팎으로 줄어 월세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닭 2천마리를 보관할 수 있는 성씨 가게의 대형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전기가게 김아무개(59)씨는 “스타필드 개장 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재고만 쌓이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출구가 안보여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에 ‘스타필드 고양’이 개장한 뒤 인근 삼송지역 상가의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지역 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에 ‘스타필드 고양’이 개장한 뒤 인근 삼송지역 상가의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지역 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동헌(63) 삼송상인회장은 “근근이 살아오던 자영업자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청소나 경비 등 일용직 노동자가 돼가고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면서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인 곳에 왜 자꾸 허가를 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상인들은 스타필드가 신규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지역상권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구실을 한다고 비판했다. 농협삼송유통센터 관계자는 “스타필드가 들어선 뒤 가공식품과 생필품 매출이 27% 줄었다. 신규 수요 창출을 못하고, 겹치는 품목은 나눠먹기식의 서로 힘든 경쟁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가구 매장이 밀집된 가구단지 쪽도 최근 이케아 고양점(매장면적 5만2199㎡)이 개장한 뒤 고객이 줄어 울상이다. 고양 식사·덕이동과 인근 파주 운정지역에는 260여 곳의 가구 매장이 밀집해 있다. 남시영 일산가구단지 회장은 “가구는 불황을 많이 타는데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이케아가 개장해 걱정이 많다. 현재 손님이 30~50% 가량 줄었는데 저가가구와 생활용품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추가 진입을 막아야 하고, 이미 들어온 업체는 상생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회장은 “대형 유통매장이 너무 쉽게 들어와 원주민들이 망해나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돈 몇 푼이 아닌 함께 살 수 있는 진정한 상생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유통기업이 그만 왔으면 좋겠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특례보증 등을 주선하고 있지만 주민으로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3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의 식당가 모습. 스타필드 개장 이후 인근 지역 음식점과 옷가게 등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의 식당가 모습. 스타필드 개장 이후 인근 지역 음식점과 옷가게 등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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