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에서 내려온 아기 황새 2마리가 충남 예산 광시면 관음리 친환경 논에서 드렁허리(웅어)를 잡는 모습. 예산군 제공.
천연기념물 황새를 연구하고 복원하는 ‘황새공원’에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충남 예산군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체험형 동물원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군은 지난 7월부터 황새공원 안에 체험형 ‘미니 동물농장’을 만드는 공사를 시작해 이달 안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미니 동물농장은 군비 4억5천만원을 들여 연구동 설립 예정지인 976㎡ 터에 동물사 5동(293.3㎡), 창고(9.6㎡), 동물먹이 텃밭(80.7㎡), 체험공간(587.4㎡) 등으로 꾸며진다. 예산군은 이곳에 양 5마리, 토끼 5마리, 거북이 10마리, 미니나귀 3마리, 기니피그 5마리 등 동물 23마리를 들여와 방문객들이 직접 먹이를 주고 만질 수 있게 할 참이다. 황새공원에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 모으겠다는 것이다.
충남 예산군이 만든 ‘예산황새공원 미니동물농장’ 조감도. 예산군 제공.
미니 동물원에 대한 황새 연구자 등 학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황새공원은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의 서식지 복원을 위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 공원은 문화재청 공모 사업으로 2014년 조성됐다. 앞서 문화재청은 황새 복원 연구를 맡은 한국교원대 쪽 의견에 따라 2009년 예산군을 황새 복원 거점으로 선정했다. 예산은 삽교천·무한천변 농경지와 습지를 갖추는 등 최적의 황새 서식 여건을 갖추고 있는데다 실제 1970년대 이전까지 황새가 서식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황새 복원 연구는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공원 운영은 예산군수가 원장을 맡고 있다. 교원대 쪽은 처음부터 미니 동물원 계획에 반대했다. 박시룡 전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지난해 예산군의 동물원 계획을 들었다. 연구시설에 관광시설을 만드는 것은 황새공원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으나 예산군이 계획을 강행했다. 또 동물원은 살아있는 동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설립에 신중해야 하는데 예산군이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청와대 등에 여러차례 미니 동물원 건립의 부당함을 밝히기도 했다.
예산황새공원 누리집에 나온 시설 소개. 예산황새공원 누리집 갈무리.
이에 대해 예산군은 별문제 없다는 태도다. 박경우 예산군 천연기념물팀장은 “문화재청이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연구동 터가 노는 땅이 됐다. 황새 복원 연구는 교원대 쪽에서 맡아 하니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볼거리가 있어야 사람이 찾아올 것 아닌가. 미니 동물농장을 설치하는 것은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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