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이기정 할머니가 11일 별세했다. 생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당진시청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기정 할머니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2. 숨진 ‘위안부’ 피해자는 올해에만 7명째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12일 충남 당진시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말을 종합하면, 건강 악화로 지난 9월부터 당진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기정 할머니가 11일 오전 8시35분께 별세했다.
1925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943년 무렵 일본 군인의 옷을 세탁하는 일이라는 말에 속아 싱가포르와 미얀마의 일본군 전용 위안소로 끌려갔다. 가족들도 모르게 이뤄진 일이었다. 할머니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싫다고 하면 때리고 도망가면 죽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파도 참아야지. 원망하고 울고 죽겠다고 생각도 하고 그랬다” 고 말했다.
해방되고서야 귀국한 이 할머니는 서울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등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뒤늦게 고향으로 돌아간 이기정 할머니는 아버지에게만 ‘위안부’ 생활을 알렸다. 할머니는 뇌졸중을 앓아 오른손도 사용할 수 없었다. 나라에서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줄도 모르고 지내던 이 할머니는 이 사실을 알게된 가족의 신고로 2005년 뒤늦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됐다.
빈소는 당진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다. 빈소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조현 외교부 2차관, 지역 도·시의원들과 주민들이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정현백 장관은 조문 뒤 “올들어 벌써 일곱 명의 피해자 할머니께서 운명을 달리해 비통함을 금할 길 없다”며 “고 이기정 할머니를 포함해 모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진시는 13일 오전 9시30분 시청 1층 광장에서 당진시민장 형태의 영결식을 치를 참이다. 천안 망향의 동산 ‘위안부’ 피해자 묘역에 안장된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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