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가 13일 부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굴삭기업자인 엄아무개(52)씨는 지난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20여일 동안 부산 부산진구 국민체육센터 진입도로 공사장에서 일했지만, 아직 굴삭기 임대료와 임금 1100여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6월말 어쩔 수 없이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했다. 같은 공사장에서 일했던 다른 장비업자 16명도 임대료와 임금 6000여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ㅅ건설이 부도났기 때문이다.
부산진구 재무과는 “7월부터 ㅅ건설에 지급할 잔여 공사대금 1억2000여만원을 상대로 국세청 등 10곳에서 2억7000여만원을 압류해 법원에 공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씨는 “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여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황당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부산시 등 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 국가기관이 진행하는 공사에 뛰어들었다가 임대료와 임금을 받지 못한 장비업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는 13일 “조합원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올해 자치단체와 국가기관이 장비임대료와 임금을 미지급했거나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11건에 6억3000여만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부산도시공사는 국제물류산업도시 1단계 공사에서 2억3100여만원, 부산시 건설본부는 국제여객터미널 초량하수관로 확충공사에서 1억4000만원, 법무부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 부산지검 서부지청 청사 공사와 부산지법 서부지원 청사 공사에서 1억6000여만원을 미지급하거나 늦게 지급했다.
앞서 정부는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2013년부터 장비 소유자와 사용자(건설업체)의 계약금이 200만원을 넘으면 발주사(지자체 등)가 건설업체와 계약할 때 건설회사 부도 등으로 장비임대료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보험회사가 대신 지급하는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일부 건설업체는 건설업체가 부도났을 때 보증회사가 장비임대료와 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장비업자가 임대료와 임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부산시 건설행정과 관계자는 “산하 기관에 보증보험 가입을 확인하라는 지침을 계속 내리고 있으나 공사가 많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재무과 관계자는 “보험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당장 공사 중단 조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처럼 전용계좌를 만들어 발주사가 공사대금을 보내면 어떻게 집행되는지 수시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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