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연합노조 등이 지난 8일 고양시청 앞에서 고양시장의 ‘자투리’ 기간제 노동자 채용을 비판하며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제공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 정책에 일부 지자체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고양시와 민주연합노동조합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기도 고양시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이 발표된 7월20일 이후 올 10~12월까지 기간제 노동자 30명의 계약 기간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들 대부분은 사례관리사, 도서관 자료실 운영보조 등 정부 지침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시·지속적 업무(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지속 예상)에 종사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이다.
고양시는 이어 계약 만료자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8~10월 11차례에 걸쳐 모집공고를 내어 근무기간 2~4개월의 기간제 노동자 20명을 뽑았다. 새로 채용한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기간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고양시의 이런 ‘자투리 기간제’ 채용은 정부 지침과 어긋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 추진 중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될 경우 계약 기간을 잠정 연장하고 전환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기 전까지는 신규 채용을 일시 중지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고양시는 전환심의위원회 결정 이전에 기간제 사례관리사 10명에 대한 계약을 종료해 보건복지부가 ‘부당사례’로 꼽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사례관리사’는 복지사각지대 가정에 복지·보건·고용·교육·주거 등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상담·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맡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8월 각 지자체에 사례관리사 업무는 ‘상시·지속적 업무’이므로 정규직 전환을 권고한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고양시에는 무한돌봄센터 등에서 무기계약직 8명, 기간제 11명 등 총 19명의 사례관리사가 활동하고 있다.
사례관리사 조아무개씨는 “사례관리사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업무의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분야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성남과 부천, 안산시 등은 전원 무기직으로 전환됐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데 고양시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수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예산과 업무, 사람이 있는데 정부 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고양시가 자투리 기간제를 채용한 이유를 모르겠다. 업무 연속성이나 주민 서비스 측면에서도 기존에 일을 해온 사람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양시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은 지자체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보편적 권고안으로 시의 기간제 관리 규정과 충돌이 발생한 것”이라며 “기간제 사례관리사의 경우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고 전환심의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의 기간제 관리 규정은 기간제 노동자와 연간 10개월, 3년간 최대 23개월 근로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다.
한편, 고양시는 지난 7월 5개월짜리 청사안내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면서 공고문에 지원자격조건으로 ‘용모 단정한 여자’를 명시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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