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주문진 시장에서 오징어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요즘은 오징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다. 강릉시청 제공
국내 조미 오징어 생산량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강원도내 오징어 가공업체들이 오징어를 구하지 못해 40여년 만에 줄도산 위기 내몰리고 있다. 업체들은 강릉 주문진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건의하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원도는 15일 오전 강원도환동해본부 재난상황실에서 ‘주문진 오징어 가공업체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금용 강원도오징어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은 공장을 돌리고 싶고, 노동자들도 일하고 싶은데 재료인 오징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공장을 세워야 할 실정”이라며 대책을 호소했다.
강원도 동해안은 예부터 오징어 주산지였다. 주문진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오징어 가공업체가 생겨나 현재 강릉에만 27개 업체가 있다. 직원 수는 1000여명에 이른다.
강원도는 15일 오전 강원도환동해본부 재난상황실에서 ‘주문진 오징어 가공업체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강원도청 제공
하지만 오징어가 ‘금징어’로 불리면서 상황이 변했다. 원료의 40%를 차지하는 동해안 오징어는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남획 등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연평균 6만5411t에 이르던 오징어 어획량이 지난해 7297t에 그치는 등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10월 현재)는 겨우 3653t만 잡혔다.
나머지 60%는 페루와 칠레 등지서 수입했지만 이상고온 등의 여파로 해외에서도 오징어가 자취를 감춰 수입 길도 막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징어 가공업체 대부분이 재고가 소진되는 이달 말부터 휴업해야 할 처지다. 벌써 3개 업체가 휴업해 3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휴업 사태는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는 강릉 주문진에선 오징어 가공업이 지역 대표 업종이어서 휴업 여파는 더 클 전망이다.
이기섭 강원도오징어가공업협동조합 상무는 “생산을 안 하면 적자를 덜 보니까 임시방편으로 휴업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쯤 오징어를 구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마트나 극장에서도 현재 판매량이 소진되면 버터구이 등 국산 오징어 관련 먹거리를 더는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