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에 서식중인 수리부엉이 가족. 2007년 꾸룩새연구소가 촬영했다. 정다미 꾸룩새연구소장 제공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 보호대책 마련을 위해 공사가 중단된 경기도 파주시 장단콩웰빙마루 사업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적절’ 판단을 내렸다. 이 사업은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파주시와 민간 사업자는 강력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15일 한강유역환경청과 파주시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한강유역환경청은 최근 웰빙마루 조성 사업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사업 추진 부적절’ 의견을 파주시에 통보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파주시는 수리부엉이의 서식지가 아니라 휴식지라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곳은 최근까지 번식이 확인된 서식지여서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 보호대책이 미흡하다. 사업 추진시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운영시 서식지로서 기능이 상실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 법흥리의 명물인 수리부엉이가 2007년 부화한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 꾸룩새연구소 제공
파주지역 시민단체 등은 수리부엉이 보호대책 마련과 함께 대체부지 선정 등 장단콩웰빙마루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박은주 파주시민참여연대 대표는 “파주시가 환경영향평가에서 수리부엉이 서식 사실을 누락시킨 뒤 보호대책은 뒷전이고 공사만 밀어붙이려 한다. 사업계획 변경과 대체부지 선정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봉희 꾸룩새연구소 부소장은 “해당 부지는 버려진 땅이 아니라 수십년 전부터 수리부엉이가 터 잡고 살았던 최적의 서식지”라며 “멸종위기 동식물 지정에 그치지 말고 서식 공간과 생태계를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중 공사를 재개하려던 파주시는 환경청에 대안 제시를 요구하는 한편 법적 대응 검토에 나섰다. 파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가 끝나 이미 설계와 착공 등이 진행됐다. 이제 와서 사업을 중단시킨 것은 행정의 일관성이 없고 신의성실 원칙에도 위배된다. 사업구역 축소 등 대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파주시는 수리부엉이 보호대책 연구용역 결과 ‘수리부엉이가 있는 장소는 서식지라기보다는 휴식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휴식지 보호대책을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파주시는 내년 말까지 도비 100억원 등 210억원을 들여 법흥리 시유지 14만㎡에 장류를 제조·체험할 수 있는 장단콩웰빙마루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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