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주 5.8 지진 이후 1년2개월만
경주·포항 등 영남 주민들 불안에 떨어
경주·포항 등 영남 주민들 불안에 떨어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5 지진 여파로 진앙에서 300~400㎞ 떨어진 수도권 지역까지 진동이 감지돼 국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지난해 9월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지 1년2개월 만에 다시 이웃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일대 주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포항시 동촌동에서 일하는 김시유(27)씨는 “지난해에도 몇번 지진이 있어서 ‘지진인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그 전보다 너무 심하게 떨렸다. 재난문자도 오고 건물이 무너지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화분이랑 각종 사무용품들이 떨어지고 사무실 천장 판도 떨어졌다. ‘웅~' 하는 소리와 물건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심했다. 대피하라는 안내도 나오고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당시 포항시청 3층 회의실에서 회의 중이었는데 책꽂이에서 책이 떨어질 정도였다. 너무 놀라 아직도 가슴이 뛴다. 진앙지에서 30㎞ 떨어진 곳의 월성원전이 걱정이다”라고 했다. 진앙지에서 9㎞ 떨어진 포항시 송라면사무소 쪽은 “당시 엄청나게 흔들렸다. 송라면 지역에는 농촌 가정집 담벼락 5곳이 부서졌다”고 밝혔다.
경북도교육청은 포항 지진과 관련해 도내 각급 학교에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을 귀가시키도록 지시했다. 경북도와 포항시·경주시는 지진 상황실을 설치하고 구체적인 피해상황 파악에 나섰다.
부산·울산·경남 대부분 지역에도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느껴졌다. 울산과 경남 양산의 일부 초등학교에선 지진이 발생하자 바로 교실에 있던 전교생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방과후수업을 진행하던 한 교사는 “지난해 경주 지진을 겪어봤기 때문에, 흔들림을 느꼈을 때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었다. 실내화를 신은 채 아이들과 함께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할 당시 부산에서 울산으로 출장 가던 김아무개(40)씨는 “운전하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가 요동쳐 깜짝 놀라 차를 세웠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가 떠올라 집에 전화했다가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리원전에서 가까운 지역에 살다 보니 지진 발생이 두렵다”고 말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지진과 관련해 모든 원전이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는 지진 발생 직후 도시철도 1~4호선 전 열차를 가까운 역에 정차시킨 뒤 4분여 동안 이상을 확인하고 단계에 따라 전동차를 가동했다.
포항에서 200여㎞ 떨어진 충북에서도 건물이 흔들렸다. 오후 2시30분께 충북도청 건물이 2~3초 정도 흔들리자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는 회의를 멈추기도 했다. 괴산 송면중 학생들은 진동이 감지되자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대전시민들도 강한 진동에 놀라 거리로 뛰어나오는가 하면 여기저기 전화하며 지진 사실을 확인하느라 부산했다. 직장인 신아무개(45)씨는 “사무실에 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로 긴급재난문자가 떠서 확인하는 순간 건물이 흔들렸다. 놀라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서대문구에 사는 임아무개(34)씨는 “침대에 아이와 함께 누워 있는데 갑자기 덜컹덜컹했다. 너무 놀라 아이를 감싸 안았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도 진동을 느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여진이 올까봐 무섭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에 사는 주민 조성래(27)씨도 “갑자기 집이 엄청 흔들리면서 침대가 계속 삐걱거렸다. 너무 심하게 흔들려서 무너지나 싶었다. 오이도는 바닥이 갯벌인 간척지라서 걱정이 좀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도 강한 진동이 감지돼 일부 행사가 한때 중단됐다. 한 행사 참석자는 “재난 알림 문자가 울리고 10초쯤 지난 뒤 테이블과 장비가 흔들려 깜짝 놀랐다. 킨텍스에서는 아무런 조처가 없었고 10분쯤 행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포항 지진과 관련해 이날 오후 2시43분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전국종합,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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