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생 잦은 곳…가축방역관 채용 이중고

전북도, 44명 모집하려했으나 22명만 뽑아
힘들기만 하고 인센티브 등 보상대책 부족

지난해 12월 전북 김제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전북도 제공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2014년부터 해마다 발생한 전북 김제시에는 가축전염병 예방을 책임지는 가축방역관이 지금 없다. 담당자가 올해 초 사직하고 수도권으로 다시 시험을 봐서 공무원이 됐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은 가축방역관을 수의사가 맡도록 정한다. 따라서 김제시는 개업 수의사에 월 80만원을 주고 그 역할을 맡긴다. 현장에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야 할 가축방역관이 초동대처를 잘못하면 피해가 엄청나게 커진다. 김제에는 산란계(60농가, 250만마리)가 밀집해 있다.

전북 등 고병원성 에이아이가 해마다 발생하는 곳에 가축방역관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축방역관은 에이아이 또는 구제역 등 국가재난형 가축신고때 농장에 가장 먼저 현장에 나가 질병위험도 및 증상을 확인해 이동통제, 역학조사, 살처분 등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북도는 부족한 가축방역관을 충원하기 위해 최근 공개모집을 했지만, 모집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고 16일 밝혔다. 수의직 임용시험에 44명을 모집했으나 응시자가 35명에 머물렀고, 최종 등록한 인원도 22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나머지 22명이 부족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시도별 가축방역관 충원현황을 보면, 10월 현재 전국 17개 시도가 334명을 뽑는데 665명이 지원해 평균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애초 모집인원 보다 모자란 곳이 경기, 강원, 충남, 전남, 전북, 경남 등 6개도로 나타났다. 특히 전북을 비롯해 전남과 강원은 모집인원에도 미달했다.

이처럼 미달사태까지 발생하는 것은 에이아이가 자주 발병하는 지역에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서 담당 직원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방역전담 인력이 부족하면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방역팀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축산물 관리 등 다른 업무까지 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1999년에 수의대가 6년제로 전환했고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인재들이 수의사가 많이 되지만,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과로사를 하는 등 고생만 죽도록 하고 보상은 거의 없으니 지원을 기피하는 것이다. 인사교류와 가산점 부여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