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침 경북 포항 남구 포항이동고 앞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포항/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힘내 할 수 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3일 아침 7시 경북 포항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 앞. 시험장 입실시간(오전 8시10분까지)이 한 시간 넘게 남았는데도 일찌감치 교사와 고등학생 수십명이 제자 또는 선배를 응원하는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 오전 7시30분부터 긴장한 표정의 수험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수험생의 교사와 후배들은 물, 핫팩, 초콜릿 등을 나눠주며 “화이팅”, “시험 잘 봐”라고 응원했다.
선배를 응원하러 나온 중앙여고 2학년 심미경(17)양은 “선배들이 지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시험도 미뤄지고 지진도 심하게 나는 등 언니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있을 텐데 걱정이다. 내가 이렇게 나와서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교사와 후배들을 보고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여기까지 오셨네요. 힘낼게요”, “수고 많았다. 힘내라” 등의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 포옹을 했다. 응원은 수험생들이 시험장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의 뒷 모습을 마지막까지 바라봤다. 자녀를 시험장에 들여보내고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도 있었다.
수험생 이하은(18)양은 “수능이 1주일 미뤄지고 여진도 있었지만 더 시간을 벌었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함께 시험 치는 우리 포항 학생들도 지진 때문에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만큼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23일 아침 경북 포항 남구 포항이동고 앞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포항/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아침 8시5분께 한 수험생이 택시에서 내려 급하게 시험장에 뛰어들어갔다. 이어 8시11분께 다른 한 수험생도 어머니의 승용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달려들어 갔다. 운동장에 세워져 있던 버스 20대는 수능시험 시작 전 어디론가 빠져나갔다. 지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포항이동고에서 시험을 치는 수험생 505명을 경북 경산 하양여고로 실어나르기 위한 버스다. 교육부는 포항 12개 수능 시험장의 예비 시험장을 모두 마련해 뒀다. 포항지역의 전체 수험생은 6098명이다.
김무건(49) 중앙여고 교사는 “우리 학교 학생 중에는 북구에 사는 학생이 많은데, 지진 때문에 고생한 친구들도 많았다. 북구에 집이 있음에도 남구 쪽 친구 집에 가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교육청에서 마련해준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혹시 여진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열심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동고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시험장인 포항이동중 정문 앞에는 어머니 오금주(45)씨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막 딸 함은빈(18)양을 시험장에 들여보냈다. 오씨는 “수능이 1주일 미뤄지는 바람에 딸이 마음을 다스리느라 고생을 했다. 이렇게 나와 있으면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도하고 있다. 우리 딸은 꿈이 영어교사인데 이번에 수능을 노력한 만큼 잘 쳐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에서 오전까지 포항에는 여진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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