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를 준비하는 강릉시민모임이 23일 오전 강원 강릉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아이스더비 대회를 치르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릉시청 제공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아이스더비(경빙) 대회를 열자는 제안이 나오자 강릉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사행성 산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올림픽 이후를 준비하는 강릉시민모임은 23일 오전 강원 강릉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아이스더비 대회를 치르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이 아직 사후 활용방안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냉동창고, 사행성 산업 등으로 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아이스더비도 결국 경마와 경륜처럼 일종의 스포츠를 가장한 사행성 산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날은 지난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빙상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으로 아이스더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스더비는 220m의 아이스링크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접목한 프로 빙상경주다. 여기에 경륜이나 경마처럼 관람객이 ‘베팅’(돈을 거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2011년 제주를 중심으로 ‘경빙법’ 제정이 추진됐지만 사행 산업 확산과 도박 중독 우려를 반대하는 여론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김중남 강릉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경빙은 겨울스포츠 인기가 많은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 세계 어디에서도 제대로 성사되지 못한 사업이다. 아무리 빙상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행성 산업까지 유치하며 경기장을 활용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수년 전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아이스더비 경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사행성 등의 이유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경륜·경마와 같이 합법적으로 베팅하려면 관련 법 신설을 위해 정부·국회 등의 협조가 필요한데 사행성 산업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때 신설되는 경기장 7곳 가운데 강릉스피드스케이팅, 정선 알파인 스키, 강릉하키센터 등 경기장 3곳은 아직 사후 활용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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