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는 지난 24일 관내 6곳 아파트와 `아파트 경비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협약식'을 열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세대 당 커피 한 잔 값이면 아파트 경비원 해고를 막을 수 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임금도 따라 인상된다는 이유로 경비원 대량 해고가 우려되고 있지만, 경비원을 해고하지 않는 ‘상생 아파트’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해 6470원 보다 1천원가량 오른다. 광주 북구는 일곡동 대림1차 아파트와 운암동 현대아파트 등 6곳과 ‘아름다운 이웃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조성 아파트 경비노동자 처우개선 협약식’을 최근 맺었다. 일자리를 잃을 뻔한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하지 않으려고 가구당 관리비 부담을 감수하거나 경비원 휴게 공간을 개선해 준 곳들이다.
일곡동 대림1차 아파트(723가구)는 주민 찬반 투표로 경비원 ‘해고’를 막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주민이 8명에서 6명으로 2명을 줄이면 가구당 2479원이 절감된다며 입주자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8명이 그대로 일하면 최저임금이 인상돼 다달이 각 가구당 관리비 312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게시문을 본 주민들은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식의 관리비 절감을 반대합니다”라는 호소문을 붙였다. 한 주민은 “어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서 고작 2479원 줄이면 우리의 삶이 행복해 질까요? 오히려 우리가 3120원을 더 내서 두 가정의 생계를 지원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뿌듯한 일 아닐까요?”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이달 초 65%의 찬성으로 경비원 8명이 그대로 일하는 방식을 결정했다.
운암동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도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 위탁 용역회사가 1년 단위로 바뀌어 1년이 채 되기 전 일을 그만두는 경비원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연숙(40) 소장은 “2012년부터 위탁 용역회사를 변경하지 않기로 의결한 뒤 경비원의 고용이 안정됐다”며 “경비원들도 친밀감이 형성돼 헌신적으로 일하고 용역회사도 계속 일을 맡게 돼 모두가 상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세웅 광주시 비정규직센터 대외협력국장은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노동자를 해고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편법을 쓰지 않고 세대별 부담을 늘려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고용불안 문제도 해소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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