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회 정당별 의원 현황. 수성구의회 누리집 화면 갈무리
대구 수성구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방의원 겸직 규정을 위반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징계를 추진하고 나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불과 21일 전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같은 당 의원의 징계를 무산시킨 바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 징계를 추진한 것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성구의회는 29일 221회 2차 정례회 2차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강민구 의원의 징계를 위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표결에는 구의원 20명 중 강 의원과 한국당 조용성·조규화 의원을 제외한 17명이 참여했다. 찬성 11명, 반대 5명, 기권 1명으로 윤리특위 구성안이 가결됐다. 윤리특위 구성안은 황기호·유춘근·김태원·박소현·강석훈 의원 등 5명이 발의했다. 모두 한국당 소속이다. 윤리특위도 한국당 의원 5명(황기호·김삼조·박소현·강석훈·최진태)만으로 꾸려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강 의원이 지난 3월1일 대경대 신산업창조학부 조교수로 임용돼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지방자치법 제35조(겸직 등 금지)에는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교원이 지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면 임기 중 그 교원의 직은 휴직된다”고 규정돼 있다. 2014년 6월 처음 구의원에 당선된 강 의원이 이후 대학 조교수로 일한 것도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강 의원은 3월1일 조교수로 임용된 사실을 구의회 사무국에 서면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은 “지방자치법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학에는 사직서를 냈다. 지난 3월 사무국과 동료 의원들에게 다 알린 사실인데 뒤늦게 징계를 하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얼마 전 한국당 의원을 징계하려고 한 데 대한 보복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한국당 의원들은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상국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의 건(제명안)을 부결시켰다. 이 징계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8명, 반대 8명, 무효 1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 제명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서 의원은 지난 9월 구의회 제주도 연수에서 동료 여성 의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의원은 한국당 소속이었는데 문제가 커지자 탈당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30일 논평을 내어 “한국당 의원이 ‘성추행 사건과 별개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개도 웃을 일”이라며 “누가 봐도 보복성 조치”라고 비판했다. 시당은 이어 “한국당 의원들은 지금 자신의 무덤을 파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의 징계를 추진하는 한국당 황기호 의원은 “과거 동료 의원의 성추행 문제와는 무관하다. 운영위원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원칙적인 차원에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원의 징계는 제명, 30일 이내 출석정지, 사과, 경고 등이 있다. 이 중 제명은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나머지 징계는 출석의원의 과반만 찬성하면 된다. 수성구의원은 한국당 13명, 민주당 3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 등 모두 20명이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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