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 중 기계에 몸 끼어…경찰 “타살혐의는 없어”
지난 30일 오후 8시20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의 한 섬유공장에서 원단 절단 작업을 하던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ㄱ(30)씨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ㄱ씨의 몸을 기계에서 빼냈지만 ㄱ씨는 결국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의정부경찰서는 목격자와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확보해 조사해보니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는 한편, 업무상 과실 부분은 없는지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의정부·포천·양주 등 경기 북부 지역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12시간씩 주·야간 맞교대로 근무해 산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 문진국(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내국인보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에 가입된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1.16%로 내국인 노동자(0.18%) 보다 6배 가량 높았다. 전체 산재율은 2012년 0.59%에서 2016년 0.49%로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율은 6.9%에서 7.4%로 오히려 증가했다.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산재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 수는 총 3만3708명이며 이 가운데 511명이 숨졌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산재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정부외국인력지원센터장인 이영 신부는 “섬유공장들이 공정을 멈추지 않은 채 12시간씩 주·야간 맞교대로 돌려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또 대부분 영세사업장이라 산업안전 교육이나 시설이 취약해 업무가 서툴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초기 입국자의 사고 발생률이 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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