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환경사업소 노동자 등이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어 춘천시에 민간위탁 철회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제공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인 춘천시환경공원 노동자들이 ‘민간 위탁운영 개선’을 촉구하며 62일째 천막 농성을 하는 가운데 새 위탁 사업자에 선정된 한라산업개발이 신규 채용 공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 ‘춘천시폐기물처리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워크넷 등 채용 관련 누리집의 공고를 보면, 한라산업개발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춘천시환경공원 노동자 69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현재 환경공원 노동자가 69명이어서 사실상 환경공원 직원을 모두 새로 뽑겠다는 셈이다.
한라산업개발을 위탁업체로 선정하기에 앞서 춘천시가 제시한 업체 모집 공고에는 위탁조건에 “수탁자는 운영 효율성 향상과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고용유지 및 승계를 하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인흥 춘천시 환경사업소 운영지원팀장은 “위탁업체를 선정할 때 고용승계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맞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도 시는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공원의 고용승계 문제가 논란을 빚자 춘천경실련 등 19개 단체는 지난달 17일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유성철 이 단체 집행위원장은 “신규 채용 절차는 그동안 민간 위탁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솎아내려는 것”이라며 “춘천시가 제시한 위탁조건에도 고용승계가 분명히 명시돼 있고,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보호 조처를 하라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므로 춘천시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라산업개발 쪽은 “고용승계는 회사가 회사를 인수할 때 쓰는 개념이다. 환경공원은 회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고 위탁 사업자가 바뀐 것 뿐이다. 춘천시와의 계약서에도 고용승계라는 표현은 없다. 기존 근무자가 채용 지원을 하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우선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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