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읍내에 가면 다방이 있다. 다실이라는 곳도 있다. 차를 마시는 곳이다. 전통 차뿐 아니라 커피도 있다.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설탕·크림을 듬뿍 넣거나 말거나 한 그냥 커피다.
한때 읍내를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프랜차이즈 커피숍, 카페 등에 밀려 뒷방 신세가 됐다.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에선 찾기조차 어렵다. 군청·면사무소가 있는 읍내나 가야 드문드문 만날 수 있다. 대개 카페는 통행이 잦은 목 좋은 곳에서 밤낮 휘황하지만, 다방은 수줍은 듯 숨어 있다. 2~3층은 물론 지하에도 있다. 이제 종업원은 거의 없다.
충북 영동 읍내엔 연·수·명·아담·영동·유성·현대·청솔 같은 이름을 단 다방 8곳이 있다. 한파가 찾은 14일, 여느 카페는 위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만 이들 다방은 색바랜 난로의 온기를 나눈다.
“돈 벌려고 했으면 벌써 닫았죠. 그냥 소일이나 하고, 가끔 찾아오는 어르신들께 사랑방 내 주려는 마음으로 열죠.”
연다방 이영옥(62)씨다. 영동 토박이 이씨는 여덟 다방의 맏언니다. 이씨는 14일 아침 영동군을 찾아 이웃돕기 성금 100만원을 냈다. 지난해 이맘때도 100만원을 냈다. 영동 읍내 여덟 다방업주가 다달이 십시일반 모은 것이다.
“손님이 줄었다는 건 세상살이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잖아요. 어렵게 살아온 이들이 어려움을 알지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봐 성금을 내기로 했죠. 우린 그나마 난롯불 정도는 쬘 수 있으니까요….”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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