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 탓에 ‘강릉 노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2년 만에 법정에 선 50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 2부(재판장 이다우)는 15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ㄱ(50·당시 38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는 2005년 5월13일 낮 12시께 강릉시 구정면에서 혼자 사는 ㄴ(여·당시 70살)씨 집에 침입해 폭행하고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 등을 감아 살해한 뒤 금반지 등 78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범인이 ㄴ씨 얼굴을 감는 데 사용한 포장용 테이프에서 길이 1㎝ 남짓한 쪽지문을 발견했지만, 지문이 뚜렷하지 않아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문감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난 7월 단 하나의 단서인 쪽지문이 ㄱ씨 지문과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ㄱ씨는 “사건 당시 범행현장에 간 적도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쪽지문 탓에 피고가 범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하지만 범죄사실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 이런 증거가 없다면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로는 쪽지문이 묻은 박스 테이프가 유일한데 이 테이프가 불상의 이유로 범행 장소에서 발견됐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또 피고는 범행일로부터 12년 후에 범인으로 지목돼 알리바이 등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배심원도 9명 가운데 8명은 무죄로 판단했고, 1명은 유죄로 판단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