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의 한 공업사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원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 화재로 숙소 내부에서 잠자던 베트남 노동자가 숨졌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새벽 1시50분께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이주노동자 숙소인 컨테이너를 태우고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컨테이너 내부를 확인하다 주검 1구를 발견했다. 2년 전 베트남에서 입국해 이곳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35)였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전기장판과 라디에이터 등 전열기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등 8개 단체로 꾸려진 ‘이주노동자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는 18일 “많은 이주노동자가 소화기조차 없는 불법 무허가 건물에 살고 있다. 이들이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관련 법안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인력부족 등으로 이주노동자 수요는 계속 늘지만, 이들의 기본적 주거권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열악한 주거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하는 이주노동자 숙소 관련 지침에는 실태 점검, 관리·감독 등 법정 기준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이 지침을 고치고 이주노동자 주거권 보장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요구해 고용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지침은 현재까지 그대로다. 근로기준법도 숙소의 필수 설비에 관해 규정하지 않고 있어 컨테이너 등 불법 건축물의 안전시설 미비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용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4명은 지난 9월 이주노동자 기숙사의 구조 등을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에 맞춰 대통령령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근로자고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들은 일정 기준에 맞는 숙박시설의 설치, 행정 당국의 비용 지원, 고용노동부의 관리 감독 책임을 강화했다.
이한숙 이주와 인권연구소 대표는 “주거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요, 인간에 대한 예의다. 하루빨리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