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명지병원과 인천사랑병원 의료봉사단이 지난 8~15일 지진으로 의료시설 등이 폐허가 된 네팔 돌라카 지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명지병원 제공
“지난달 발생한 포항 지진은 국민 성원속 신속한 대응으로 빠르게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네팔은 지진 발생 2년이 넘도록 학교와 의료시설 복구가 안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의 명지병원이 2015년 4월 네팔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의 돌라카 지역에서 3년째 의료봉사활동을 벌여왔다. 명지병원은 인천사랑병원,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 친구들’과 함께 지난 8~15일 네팔 돌라카 지역에서 23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의약품, 의료장비를 지원했다고 18일 밝혔다. 봉사단에는 두 병원의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 의사 9명과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 23명이 참가했다. 봉사단은 현지 자원봉사자 50여명과 간호사 10명 등과 함께 110명 규모의 의료캠프를 차리고 하루 평균 800명의 환자를 돌봤다.
3년 연속 네팔 의료캠프에 참여해온 양준영 봉사단장(67·산부인과 교수)은 “예정시간 보다 일찍 시작해 늦게까지 진료를 했지만 몰려드는 환자를 다 볼 수 없어 어린이와 부녀자들을 우선적으로 치료했다. 생계와 피해 복구를 맡아야 할 남자 어른을 위한 진료를 할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돌라카 지역은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140km 가량 떨어진 곳으로, 지진으로 주택 87%가 완전히 무너졌고 의료시설 53곳 중 51곳이 피해를 입었다. 지진 이후 급성호흡기질환, 발열, 설사 등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설로 어린이들조차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고양 명지병원과 인천사랑병원 의료봉사단이 현지 자원봉사단과 함께 지난 8~15일 지진으로 폐허가 된 네팔 돌라카 지역에서 보건소 재건과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명지병원 제공
박새연(24) 간호사는 “어린 손녀를 데리고 3시간 걸어와서 2시간 줄서서 기다렸다가 진료를 보고 돌아가며 환하게 웃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피곤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의 작은 수고가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이며 치유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정재(37) 물리치료사는 “지진 피해로 팔 다리를 다친 사람들이 많았다. 물리치료와 테이핑 요법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었는데, 방치한 탓에 재활이 어려운 환자들을 보면서 너무 늦게 온 게 아닌가 자책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캠프 기간에 지진으로 무너진 마티보건소의 개소식도 열렸다. 명지병원은 마티보건소 재건축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 1차로 5천만원과 500만원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지원했다.
지난 10년간 네팔에서 의료캠프를 열어 2만5천여명의 현지인을 진료해 온 명지병원은 그동안 400여 명의 중증 환자 초청 무료수술, 현지 보건소 건립, 의료진 초청연수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대지진 발생 36시간 만에 의료지원단을 현지에 보내 긴급구호활동을 펼쳤으며, 지난해 3월에도 8일간 의료캠프를 연 바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명지병원, 인천사랑병원의 의료봉사단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8~15일 임시 의료캠프가 차려진 네팔 돌라카 지역의 한 학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명지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