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회 정당별 의원 현황. 수성구의회 누리집 갈무리.
대구 수성구의회 자유한국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고산 지역 공공 수영장 건립을 위해 수성구가 편성한 예산을 전액 삭감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공공 수영장 건립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해 성사한 사업이다.
18일 수성구와 구의회 말을 종합하면, 수성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2018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에서 수성구가 고산지역 수영장 건립을 위해 편성한 예산 2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예결특위 소속 의원 10명 중 9명이 참석해 무기명 표결로 7명이 예산 삭감에 찬성했다. 예결특위 의원들은 한국당 5명, 민주당 2명, 무소속 2명, 정의당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은 수성구 고산2동에 있는 공립 대구농업마이스터고 안에 수영장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다. 시교육청이 20억원에 이르는 터를 제공하고, 교육부가 32억3000만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와 수성구도 이 사업에 각각 18억원과 14억3000만원을 보태기로 했다. 이 사업은 김부겸 장관이 지난해 총선 때 수성구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을 때 내건 공약이다. 당선 뒤 김 장관 쪽이 주도적으로 나서 이 사업을 성사시켰다.
김희섭 구의원(민주당)은 “9만여명이 사는 고산 지역은 수영장 시설이 부족해 학생들이 인근 경북 경산까지 가서 수영 수업을 받고 있으며 주부 등 지역 주민의 수영장 건립 요구가 매우 높다. 일부 한국당과 무소속 구의원이 구에서 편성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정략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삼조 구의원(한국당)은 “고산지역 수영장 건립은 주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집행부가 10억원 이상의 돈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서 쓰려면 사전에 의회 승인을 받고 협약서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적지 않은 세금을 쓰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검토를 해서 향후 추경 예산안에 넣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성구의회에선 그동안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 사이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 지난 9월엔 서상국 한국당 의원이 구의회 제주도 연수에서 동료 여성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불거졌다.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서 의원 징계가 추진됐는데 지난달 8일 한국당 의원들이 서 의원 징계안(제명안)을 부결했다. 이후 한국당 의원들은 강민구 민주당 의원이 대경대 신산업창조학부 조교수로 강의하는 것을 문제 삼아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수성구의원은 모두 20명인데 한국당 12명, 무소속 4명, 민주당 3명, 정의당 1명이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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