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구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으로 입건된 박인규 은행장의 구속 수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경찰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박인규(63) 대구은행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경찰청은 19일 오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박 은행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 은행장은 지난 2014년 4월1일부터 지난 8월3일까지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현금으로 다시 바꾸는 방법 등으로 3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은행장은 이 돈을 직원과 고객의 경조사비와 식사비, 지점 격려금 등으로 사용했고 개인적으로는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은행장은 경찰에 비자금 사용 내용을 적은 A4 용지 한장 분량의 소명서만 제출했을 뿐 구체적인 사용처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이번에 박 은행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찰은 비자금을 만드는 데 관여한 대구은행 부장급, 차장급, 과장급 직원 17명을 함께 입건했는데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또 박 은행장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바꾸기도 했다.
장호식 대구경찰청 수사과장은 “압수한 휴대전화 일부를 복원해보니 삭제된 자료가 나오는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사용처를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논평을 내어 박 은행장의 구속과 은행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검찰은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즉각 이를 발부해야 한다. 박행장은 더 이상의 버티기가 추태임을 자각하고 26일 예정된 이사회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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