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 자리 잡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마련된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인들이 줄을 서 있다. 대구 노숙인지원센터 제공
대구 지하철역이나 지하상가 등지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노숙인들을 돕고 있는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지난달 6일 칠성시장, 지하철 대구역, 동대구역 대합실 등지에서 생활하는 거리노숙인 144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했더니, ‘최근 1년 동안 어떤 종류의 정부 지원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83%가 ‘지원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생계, 의료 등 긴급지원비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7%, ‘실업급여’를 받았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거리노숙인 85%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 52%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고, 21%는 ‘안될 것으로 생각되어서’, 11%는 ‘방법을 몰라서’, 7%는 ‘피해가 있을까 불안해서’ 등을 각각 꼽았다.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자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정보를 몰라서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노숙인센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세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 지원을 못 받는 노숙인들도 적잖다”고 밝혔다.
이들이 노숙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는 ‘실직’(28%)이 가장 많았고, ‘사업실패’(18%), ‘질병 및 장애’(18%), ‘이혼 및 가족해체’(13%), ‘부채증가로 인한 파산’(5%) 등 순으로 조사됐다. 전체 조사대상의 64%는 ‘부채가 있다’고 했다. 또 58%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거리노숙인 가운데에는 50대가 43%로 가장 많고, 자녀가 있다는 노숙인들도 60%를 웃돌았다. 식사를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는 응답이 70% 정도 됐고, 노숙 기간은 60%가 3년을 넘었다고 했다.
대구지역의 노숙인은 지하철역 등지에서 생활하는 거리노숙인 144명과 이보다 약간 형편이 나은 자활시설 노숙인 92명 등 모두 236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와 견줘 자활시설 노숙인 수는 비슷하고 거리노숙인은 16명 증가했다.
이호준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장은 “노숙인들에게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들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공근로 등 공공부문 일자리가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조현병 등 노숙인들의 정신과 진료를 맡아볼 의료진들이 절실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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