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눈이 내린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지역의 도로 제설작업이 제때 안 이뤄져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내린 10㎝의 눈 때문에 교통체증 등 큰 불편을 겪은 경기도 고양 시민들이 제설작업을 제때 못한 시 행정에 대한 불만과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22일 고양시청 인터넷 누리집에는 시의 늑장 제설작업과 안일하고 무능한 행정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사흘째 잇따랐다. 한 고양시민은 21일 ‘고양시 제설작업, 이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겁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청와대 누리집에 올려 하루 만에 2천명이 넘는 동의와 댓글이 이어졌다. 청원인은 “서울 상암동 직장에서 당일 7시2분께 퇴근해 문제없이 오다가 고양시 경계에 접어들자 빙판길에 차량이 꼼짝도 안해 9시3분께 차를 돌려 서울로 되돌아갔다. 서울에 다시 진입하자 눈이 의심될 정도로 제설이 잘 돼있었다”며 늑장 제설작업의 원인 규명과 시정 책임자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 고양시민은 “평소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3시간 넘게 통일로에 갇혀있었는데 한 대의 제설차도 보지 못했다. 고양시로부터 재난문자 같은 것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당일 오후 10시께는 고양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학생 30∼40명이 5시간 가량 버스안에서 고립돼 천식을 앓던 여학생 한 명이 119 응급차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고양시의 과도한 전시행정을 비판하며 시민 안전 등 기본행정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시민 이아무개(52)씨는 “서울을 벗어나 고양시에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며 “눈이 조금만 와도 빙판길이 돼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시민들은 꽃축제나 불꽃놀이 같은 일회성 축제나 전시행정을 원하는 게 아니다. 최성 시장은 치적쌓기용 무분별한 행사에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주민 안전과 편의를 위한 행정에 충실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고양지역은 20일 오후 3시~10시 사이 내린 10㎝ 폭설로 시내 곳곳이 교통마비 현상을 빚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고양시는 오후 3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15t 짜리 제설차 68대와 굴삭기 9대 등을 투입해 제설작업을 벌였지만 오후 4시가 넘어 눈발이 더 굵어진데다 퇴근 시간이 맞물리면서 시내 주요 도로와 간선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40분 고양시를 비롯한 파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포천시, 동두천시, 김포시, 연천군 등 경기북부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했다.
한편, 고양시는 최근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교통안전지수’ 조사에서도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한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와 사상자, 인구, 도로여건 등을 바탕으로 교통안전지수를 산출한 결과 고양시가 전국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고양시 관계자는 ”각종 제설 장비를 동원했지만 한꺼번에 많은 눈이 내리고 퇴근 시간이 맞물려 제설작업에 한계가 있었다. 교통안전지수 전국 최하위 등급과 관련해서는 현재 원인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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