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 ‘대가대병원 비전 선포식’에서 간호사들이 춤을 추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갈무리.
한림대 성심병원에 이어 대구가톨릭대 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이 반강제적으로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고 신부 앞에서 춤을 췄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병원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데 신부가 의료원장을, 수녀가 간호처장을 맡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 25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대구가톨릭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사진과 글을 올려 폭로했다. 이 간호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성심병원에서 장기자랑이 이슈가 되었지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간호사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신부님 앞에서 캉캉 춤을 추고…퇴사하고 싶은 간호사에게는 춤을 추면 퇴사하게 해줄 테니 춤을 추라고까지 했다더군요. 그래서 그분은 억지로 춤을 추고 퇴사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부님이 사택을 옮기면 이삿짐을 옮기려 직원들이 차출되어야 했고, 띠를 두르고 병원안내를 하고, 병원이 건물을 지어 이사하면 근무가 끝나고도 이삿짐을 나르고 병원을 청소하고, 병원 행사가 있는 날엔 높으신 분들 태우러 운전기사 노릇도 해야 했다. 조무사님들도 어디 가라 저리 가라 한마디에 병동이 바뀌고 기준도 없는 승급과 승진에 줄서기가 만연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종교를 강요하기까지 했다”고도 썼다. 그는 “저희는 신부님이 보고 즐길 볼거리가 아니고, 신부님과 병원이 필요한 일이면 다 해야 하는 비서들이 아니다. 병원을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이 불편함 없이 치료받고 건강해져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는 병원 직원이다. 병원에 이런 문제들이 계속 겉으로 드러나야 병원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대구가톨릭대학병원 강당에서 열린 ‘2016 월드 리더 인 너싱 페스티벌’(World leader in nursing festival)에서 간호사들이 ’캉캉 춤‘을 추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갈무리.
실제 대구가톨릭대 병원 간호사회는 지난해 12월 병원 강당에서 ‘2016 월드 리더 인 너싱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실제 이 행사에서 간호사들은 부서별로 장기자랑을 했는데 일부 간호사들은 치마를 걷어 올리는 ‘캉캉춤’을 췄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대구가톨릭대 병원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대가대병원 비전 선포식’을 했는데 이 행사에서도 간호사들이 짧은 바지를 입고 춤을 췄다.
이 병원 간호사 ㄱ씨는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은 다 맞다. 이것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계속 이와 비슷한 간호사 장기자랑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가톨릭대 병원에서 계속 이런 논란들이 불거지며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쪽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병원에서 강요한 행사는 아니며 간호사들끼리 자발적으로 서로 의논해 준비한 장기자랑이었다. 또 신부 이사에 직원을 차출한 적도 없다.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직원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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