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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부적응’ 낙인 찍힌 학생들에게 딱 걸린 불합리한 학교

등록 2017-12-26 16:58수정 2017-12-26 19:50

위탁형대안학교 학생들, ‘원하는 학교 모습’ 열띤 토론
성적 차별, 비현실적 교칙, 강제 자율학습 등 개선해야
윤대진 교사 “학생 의견 정리해 교육 정책으로 제안”
지난 21일 열린 대전위탁형대안학교 연합의 ‘우리의 31.1’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대전위탁형대안학교 연합의 ‘우리의 31.1’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선거권 없는 학생들 말은 귀담아 듣지 않잖아요. 우리 의견이 담긴 규칙을 지키고 싶어요.”

지난 21일 대전 중구의 ‘신나는 배움터 두런두런’ 강연장에서 열린 ‘우리의 31.1’ 축제에 참석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겪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 행사는 대전위탁형대안학교 연합(가온누리·경청과 환대·교원시니어·두런두런·시온 학교)이 함께 열었다. ‘31.1’은 헌법 31조1항(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를 뜻한다.

위탁형대안학교는 교육청이 인정하는 정규 교육 과정이지만, 교사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학생을 보내 일정 기간 교육하는 곳이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우리의 바람’을 말하는 이 행사에는 위탁형대안학교 학생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원탁회의에서 학생과 대안학교 교사, 학부모는 기존 학교 문제점과 원하는 학교 모습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지난 21일 열린 ‘우리의 31.1’ 대전위탁형대안학교 연합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할까요?’에 질문에 대한 생각을 토론한 뒤 각자의 의견을 종이에 적어 놓았다.
지난 21일 열린 ‘우리의 31.1’ 대전위탁형대안학교 연합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할까요?’에 질문에 대한 생각을 토론한 뒤 각자의 의견을 종이에 적어 놓았다.
학생들은 기존 학교 문제점으로 △성적을 기준으로 차별·무시 △교사의 부당한 태도 △등교·수업시간, 복장·두발 규정 등 학생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교칙 △맛없고 질 낮은 급식 △남녀 차별 △강제 야간자율 학습 △주입식 교육 등을 꼽았다.

ㄱ(17)양은 “대부분 학교가 겨울 교복 위에 외투를 입게 한다. 이렇게 입으면 무척 답답하고 불편하다. 외투를 안 입으면 너무 춥다. 교칙에 여학생은 치마만 입게 돼 있는데 불편해 체육복 바지를 입고 수업을 들으면 교칙 위반이라며 벌점을 메긴다. 선생님은 교칙이니 무조건 따르라고 한다”고 불만을 발표했다. 이어 ㄱ양은 “등교 시간·쉬는 시간 규정도 교육청·학교·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지키지 못하는 학생을 ‘부적응자’라고 낙인찍는다”고 억울해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문제들을 개선하길 바랐다. 전교생 기숙 학교에 다니던 ㄴ(18)양은 “1학년 때부터 진로 문제로 고민했는데 학교에서는 ‘도와줄 게 없다’며 학교 밖으로 밀어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환경에서 학교는 학생 개성을 ‘부적응’ 근거로 삼아 결국 학생을 소외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대전위탁형대안학교 연합은 학생 의견을 정리해 전문가와 협의한 뒤 교육 정책으로 제안할 참이다. 대전위탁형대안학교 윤대진 교사는 “학생은 투표권이 없어 민주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위탁형대안학교 학생은 그 안에서도 더 소외돼 문제아 또는 부적응자로 불린다. 해마다 약 1% 학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학생들이 발표한 의견을 정리·보완해 새해 1월에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후보에게 정책 제안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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