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전주덕진경찰서에서 고준희양의 주검을 유기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 친부의 내연녀 이아무개(35)씨가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으러 법원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8개월간 야산에 매장됐다 발견된 고준희(5)양 주검의 갈비뼈가 부러진 것으로 나타나, 경찰은 타살과 자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고준희양 주검에 생체 조직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어려운데다, 친아버지 고아무개(36)씨가 딸의 사망 시점, 장소에 대한 진술을 번복해서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소견 결과와 관련해 ‘시신의 부패 때문에 사망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준희양이 학대 등 외부 충격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소견을 전해왔다”고 31일 밝혔다. 국과수는 ‘준희양의 양쪽 갈비뼈 등 몸통 뒤쪽뼈 여러개가 부러졌다’고 알려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어린이의 갈비뼈는 탄성이 높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고려할 때, 외부 타격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국과수로부터 공식 감정서를 받은 게 아니라, 부검 현장에서 소견을 간단히 알려준 것이다. 준희양이 숨진 뒤 뼈가 부러졌는지 아니면 생존 당시 골절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자연사와 타살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의 주검을 유기한 친부 고씨는 딸의 사망 시점 등과 관련해 진술을 번복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4월26일 오전 딸이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려고 내연녀 이아무개(35)씨와 딸을 옮겼는데 (도착해보니) 죽어 있었다. 딸을 전주시 인후동 내연녀의 어머니 김아무개(61)씨 집에 맡긴 뒤 출근하려고 이씨와 완주군 봉동읍 집으로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그런 다음 이튿날 오전 2시께 준희양 주검을 내연녀 어머니 김씨와 함께 군산시 내초동의 야산에 몰래 매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고씨는 딸의 주검 유기를 자백할 당시(12월28일)에는 지난 4월26일 병원 진료를 위해 딸을 내연녀의 어머니 김씨에게 맡겼고, 야간근무를 마치고 딸 옷을 가져다 주려고 이튿날인 27일 오전 1시께 김씨 집에 도착해 보니 딸이 기도가 막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30일 전주덕진경찰서에서 딸의 주검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친부 고아무개(36)씨가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으러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준희양 주검을 유기한 혐의로 고씨와 김씨가 구속된데 이어, 준희양 주검을 유기하는 데 가담한 혐의(사체유기)로 고씨 내연녀 이씨도 이날 구속됐다. 전주지법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씨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씨가 준희양 주검 유기 장소에는 동행하지는 않았지만 준희양이 숨진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준희양 주검을 유기한 고씨, 김씨와 통화한 내용, 진술을 짜맞춘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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