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아침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가야산 역사신화공원 동쪽에서 새해가 떠오르자 성주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새해에는 성주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1일 아침 7시35분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가야산(해발 1430m) 역사신화공원. 해발 500m가 넘는 이곳 동쪽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적힌 몸자보를 붙인 주민 이강태(43)씨에게 ‘새해 소망이 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올해 지방선거 땐 성주에 새로운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해는 어느새 동쪽 산 위로 붉고 선명하게 떠있었다.
새해를 보던 이재동(50) 성주군 농민회장도 “성주를 바꿀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 배미영(40)씨는 “성주에 좀 새로운 리더가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민 방민주(39)씨는 “(성주의) 진짜 적폐가 청산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주민들은 새해를 보며 너도나도 성주의 변화를 소망하고 있었다.
2016년 7월13일 국방부는 성주군 성주읍 성산(383m)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때만 해도 주민 5000명이 나와 사드 반대 집회를 했다. 국방부는 그해 9월30일 사드 배치 지역을 성주 한 가운데 있는 성산에서 성주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초전면 달마산(680m)으로 바꿨다. 이후 사드 반대 집회에 나오는 주민은 계속 줄어 이제는 100명이 됐다.
1일 아침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가야산 역사신화공원 동쪽에서 성주 주민들이 모여 파이팅을 하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성주는 경북 23개 시·군 중에서도 ‘매우 보수적인 지역’이었다. 2012년 12월 치른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성주에서 86.00%를 받았다. 경북에서 군위, 영덕, 의성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성주 사드 배치 뒤 지난해 5월 치른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성주에서 56.20%를 얻었다. 경북에서 10번째였다. 이제 성주는 경북에서 ‘그럭저럭 보수적인 지역’이 됐다. 이 더딘 변화는 성주의 젊은 주민을 답답하게 하지만 동시에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김충환(58)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사드 반대 투쟁을 하면서 주민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성주에는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주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사드에 맞서 싸운 1년 반이라는 시간은 주민을 서로 ‘친구’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여전히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성주군청 건너편 주차장에 모여 사드 반대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파란나비 원정대를 만들어 전국을 돌며 사드 배치의 부당함을 알리는 활동도 틈틈이 하고 있다. 성주에서 함께 프리마켓도 연다. 서로 친해진 주민들은 ‘별동네 공동체’(가칭)도 만들려 하고 있다.
1일 아침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가야산 역사신화공원에서 사람들이 동쪽에서 떠오리는 새해를 보고 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날 해맞이에는 주민 50여명이 나왔다. 이들은 작은 트럭 두대를 가져다 놓고 어묵탕과 커피 등을 끓여 해맞이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NO THAAD 우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노란색 천막을 쳤다. 새해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도 받았다. 그러다 해가 뜨자 주민들은 “사드 가고 평화 오라.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손으로”라고 함께 외쳤다.
주민들은 해를 보며 성주가 바뀌기를 소망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자그마한 소원도 빌었다. 주민 이민수(39)씨는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참외 농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 천남수(44)씨는 “새해에는 무조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민 도완영(45)씨는 “새해에는 주변 사람들 소원이 모두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성주/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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