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25살 선희씨는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을까

등록 2018-01-01 14:42수정 2018-01-01 20:49

국내 첫 민간투자공공사업(SIB)인 경기도 탈수급프로젝트로 자활 성공
기초·심화상담과 취업알선…800명 대상 실험은 계속된다
박선희씨(왼쪽)가 지난 29일 수원의 사회적협동조합인 ‘내일로’에서 임경의(가운데), 이미영(오른쪽) 매니저와 상담하고 있다.
박선희씨(왼쪽)가 지난 29일 수원의 사회적협동조합인 ‘내일로’에서 임경의(가운데), 이미영(오른쪽) 매니저와 상담하고 있다.
“제가 너무 대견하고 뿌듯해요.”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박선희(25·가명·경기 수원시 영통구)씨는 지난달 15일 첫 월급으로 50만여원을 받았다. 주당 30여시간씩 한달간 뇌병변 1급 장애인을 돌봐준 보답이었다. 첫 월급의 의미는 컸다. 아직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은 그는 “남들이‘재는 못할꺼야’ 라는 말을 극복하고 고생해 번 돈이잖아요”라고 했다. 처음으로 새해 꿈이란 것도 생겼다.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다. “제가 받은 사랑과 도움을 저도 사회에 돌려 주고 싶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14살 때 박씨는 지적장애를 앓는 쌍둥이 여동생과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 보내졌다. 어려서 집을 나간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가 그들을 부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꿈을 못꿨어요. 그러기에는 (당시) 너무 고통스럽고 힘이 들었어요.” 적응장애가 있던 그는 또래에 비해 느렸고 따돌림을 당했다. 스므살이 된 2012년 3월 그는 보육원을 떠나 세상으로 나왔다.

인천의 한 쉼터를 거쳐 찾아간 친아버지는 빚으로 집에서 내쫓길 처지였다. 보육원을 나올 때 받은 자립금을 아버지에게 주고 빈털털이가 돼 헤어졌다. “지금은 웃지만 그 때는 울었어요. 너무 막막했거든요…”박씨가 말했다.

당장 동생과 살 집이 필요했다. 그러나 기술도 없이 세상에 던져진 2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거친 알바를 하며 가까스로 엘에치(LH)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했고 기초수급권자로 월 생계비 60만원을 받고 세상과 멀어져 갔다.

지난 29일 경기 수원시 권선로에 위치한 내일로에 들어서는 박선희씨. 그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월 60만원의 생계비 등에 의존해 살다 지난해 2월 해봄프로젝트를 통해 자활에 도전했다.
지난 29일 경기 수원시 권선로에 위치한 내일로에 들어서는 박선희씨. 그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월 60만원의 생계비 등에 의존해 살다 지난해 2월 해봄프로젝트를 통해 자활에 도전했다.

그가 세상에 다시 나온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2년 뒤 살던 집에서 나가면 노숙자가 될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할 때” 수원시 공무원 추천으로 ‘해봄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해봄프로젝트 매니저들과 꾸준한 상담과 심리치료, 취업알선을 통해 생산직에 도전했지만 1주일만에 관뒀다. 부적응이었다. 다시 장애인활동교육을 받고나서 취업에 성공했다.

‘해봄프로젝트’는 근로능력을 잃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비 등을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1대 1로 관리하고 개인별 취업역량을 향상해 자활로 이끄는 민간투자공공사업(SIB)이다. 경기도가 사업주체를, 사회적협동조합인 내일로가 사업수행을 맡고 10개 민간기업과 개인들이 사업비 15억원을 투자했다.

박씨 처럼 경기도내 11개 시·군에서 2년 동안 추천된 기초생활수급자 800명 중 3년간 탈수급자가 20%인 160명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경기도에서 투자금과 성과금을 받지만 미달하면 투자금을 잃는다. 영국 등 해외에서 시도됐지만 국내에서 탈수급 프로젝트로는 해봄프로젝트가 첫 시도다. 정연의‘내일로’ 대표는 “160명이 자활하면 160명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는 것인 동시에 정부는 이들에 줄 생계비 지원 등 28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차로 400명의 참여자 중 탈수급 확정자는 박씨 등 29명 뿐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진행형이다. 새해에는 제2, 제3의 박선희씨가 나올 수 있을까?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