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공원 변모하는 용산선
27일 마포철교 상판까지 철거…지하엔 경의선·인천공항철도
철길자리 주변 7만여평 주민품으로
23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서강대학 건너편 길. 포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공사장 한켠엔 먼지를 뒤집어쓴 채 슬레이트지붕의 건물 한채가 서 있었다. 1906년 지어진 용산선 서강역. 택배회사가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은 용산선이 겪은 기나긴 세월을 몸으로 증언하고 있었다.
1904년 개통해 100년 동안 사람과 화물을 실어날랐던 용산선이 27일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이날 오전 11시30분 마포로를 가르며 지나가던 마포철교 상판(길이 60m)이 마지막으로 철거되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그동안 경의선(용산~가좌구간)과 인천공항철도(용산~수색) 지하화 공사를 벌여왔다. 2008년까지 이 구간의 지상철로를 걷어내고 지하 10m의 ‘저심도’엔 경의선을, 지하 40m의 ‘고심도’엔 인천공항철도를 놓는 계획이다. 공덕역·홍대입구역은 기존의 지하철역에 덧붙여 경의선·공항철도 정거장의 구실을 맡게 된다. 효창역·서강역 등 경의선 전용 역도 생겨난다. 기존에 서울역에서 신촌역으로 이어지던 경의선은 회차 차량을 위한 예비 철로로 남겨진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철길이 있던 자리에 길이 7.1㎞의 빈터가 긴 띠처럼 생겨난다. 마포구는 이 띠의 주변지역까지 포함해 7만500평에 이르는 녹지공간으로 만들어 주민들에게 되돌려줄 계획이다. 27일 공덕역에서 벌어지는 ‘마포철교 철거 기념식’은 철길의 죽음과 녹지축의 탄생을 동시에 기리는 의미다.
용산선은 일제가 1906년 경의선 총 구간을 완공하기에 앞서 가설돼 건설자재를 실어날랐던 용산~수색 구간의 철로다. 당시엔 지금의 신촌역을 지나는 대신 용산역에서 수색으로 직접 이어지는 코스를 이용했다. 1906년엔 서강역을 설치하고 여행객들을 받았다. 29년 3월엔 동교동에서 당인리화력발전소까지 이어지는 석탄화물 전용 철로가 생겨났다. 발전소로 이어지던 철로는 발전소 연료가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뀌며 철거된 이후 주차장으로 쓰이다 일부 구역은 ‘걷고싶은거리’로 단장했다.
마포구는 새로 생겨난 공원터를 보행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한강·홍제천·불광천과 이어지는 길로 묶어내는 한편, 철로 주변의 폭 10~70m 땅엔 휴게시설·광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본래 초기 계획엔 일부 구간에 도로를 내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지만, 보행자 중심의 도시계획에 맞지 않는다는 주민 의견을 들어 접었다.
마포구 도시관리과 이정남 주임은 “그동안 마포구를 남·북으로 나누며 지나가던 철길이 2009년께 공원으로 탈바꿈하면 월드컵공원·하늘·노을공원 등 서쪽에 치우쳐 있던 녹지공간이 동쪽에도 생겨나 구민들의 삶이 한층 쾌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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