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삼남매 화재 사건의 피의자 ㅈ씨가 지난달 31일 새벽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있는 모습. 광주북부경찰서 제공
“저 여기 불이 나가지고, 빨리 오시면 안 될까요?”(신고 여성)
“불이 났어요? 주소 말해보세요.”(112)
“두암동이에요. 애기, 갓난아기들이 있어가지고요.”(신고 여성)
“○○○동?”(112)
“아아아,(흐느낌) 어떡해…. 애기들이 있어서.”(신고 여성)
“○○○동 몇호예요?”(112)
지난해 12월31일 새벽 2시30분 광주경찰청 112 상황실에 다급한 전화 목소리가 들렸다. 화재 신고를 하던 이 여성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집에 애기가 있어가지고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어디십니까?”라고 묻는 112 상황실의 질문에 그는 “ㄹ아파트”라고 답변했다. 이 여성은 동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동”이라고 이야기한 뒤, “애기들이 있어서”라고 흐느꼈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광주 삼남매 화재 사망 사건 112 신고 음성파일을 보면, 다급했던 정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어머니 ㅈ(22)씨는 아이들이 잠들어 있던 방 안에서 112로 전화해 화재 사실을 신고한 뒤, “아이들이 있다”며 울면서 구조를 요청했다. 이날 새벽 2시28분 ㅈ씨 남편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대가 현장 도착 직전 ㅈ씨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을 때도 울음섞인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30초 분량의 112 상황실 음성 녹음파일과 숨진 삼남매의 부검 결과 아이들에 대한 목 졸림 같은 외상 등 특이한 점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들어 ㅈ씨의 실수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실시된 삼남매의 부검에서는 기도 내 연기 흡입 등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 결과, ㅈ씨의 라이터가 거실 가스레인지 선반에서 발견됐다. 만약 ㅈ씨가 일부러 불을 냈다면 유력한 단서가 될 라이터가 아이들이 숨진 방 밖에서 발견된 것이다.
ㅈ씨의 휴대전화가 삼남매가 숨진 방에서 진화작업을 한 소방관이 뿌린 것으로 보이는 물에 젖은 채 발견됐다. 애초 ㅈ씨는 베란다에서 화재 신고 전화 등을 걸었다고 진술했다가 아이들이 자는 방에서 전화를 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광주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문틈으로 불이 난 것을 안 ㅈ씨가 아이들이 자고 있던 방 안에서 10여분 동안 남편과 남편 친구, 112 등에 전화를 걸었다고 진술했다. 화재 신고 장소를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불이 나서 정신이 없었다’고 ㅈ씨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ㅈ씨는 경찰에서 ‘15개월 된 막내를 안고 나오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불길이 너무 커져서 아이가 다칠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광주지방법원(형사단독 강동혁 영장전담부장판사)은 2일 중실화 및 중과실 치사 혐의로 청구된 ㅈ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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