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게 해주겠다’ 사장에 속아 무보수로 온갖 잡일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 상담 통해 피해 드러나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 상담 통해 피해 드러나
무려 8년 동안 무보수로 강제노역에 시달린 40대 장애인이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의 도움으로 강제노역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2일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정신지체 장애 2급인 ㄱ씨는 2009년 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경기북부의 한 전통시장 야채가게에서 사실상 무보수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살았다. 30대 중반까지 가족과 함께 살던 ㄱ씨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사장의 말에 속아 가게에 온 뒤 8년간 난방도 안 되고 씻을 공간조차 없는 가게 귀퉁이 방에서 생활해왔다. 그는 배달, 짐 나르기, 가게 보기 등 사장이 시키는대로 온갖 잡일을 해왔다고 한다. ㄱ씨가 일한 대가로 얻은 거라곤 부실한 끼니와 잠자리 말고는 몇 해 전 숨진 양아버지 명의의 통장에 입금된 돈 300여만원이 전부다. ㄱ씨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한글을 모르는 데다 버스조차 혼자 탈 수 없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 어머니와 동생도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등 도울 형편이 못돼 ㄱ씨는 강제노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추워도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죽도록 일만 하면서 돈도 못 받는 불쌍한 사람이 있으니 구해달라’는 주민의 제보 전화 한 통으로 강제노역에서 벗어나게 됐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는 두 달간 ㄱ씨를 설득해 가게에서 나오도록 한 뒤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살피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형법 위반 등 혐의로 ㄱ씨에게 강제노역을 시킨 사업주를 고발했다. ㄱ씨는 현재 한글공부, 버스타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을 배우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는 ‘경기도 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16년 12월 설립된 기관으로, 장애로 인한 차별이나 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1522-0031) 등을 진행한다. 개관 뒤 1년 동안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보장을 위한 1천여건의 인권상담을 펼쳐왔다. 지주연 경기도 사회복지담당관은 “제보자의 전화가 없었다면 ㄱ씨는 지금도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애로 인해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장애인이 있는지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고 장애인인권센터의 문을 적극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