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집결지에 예술촌을 추진하는 전주시가 지난해 7월 현장 속으로 파고 들기 위해 성매매집결지에 현장시청을 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용구씨의 모습. 박임근 기자
“어린 아이들에게 아빠가 시청 공무원이지만 사무실이 어디에 있고, 어떤 일을 한다고 제대로 말해주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성매매집결지에 위치한 서노송예술촌팀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북 전주시 도시재생과 서노송예술촌팀의 김용구(48·사회복지 7급)씨의 고백이다. 그는 올해 전주시가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을 문화예술촌으로 바꾸는 재생사업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는 데 중심에 있다. 전주시의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점진개발 방식으로, 예술촌 조성을 통한 도시재생 지향점 때문이다.
전주시는 2015년 8월 문화재생사업을 위해 서노송예술팀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그동안 선미촌에 34억원을 들여 13필지(1970㎡), 건물 6동을 매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티가든’(기억의공간)과 지역예술가들의 전시회 공간 등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성매매집결지에 현장시청이 들어와 현판식이 열렸다. 또 지난해 4월 제정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가 11월에 시행돼 탈성매매여성을 위한 지원에도 본격 착수했다.
그는 2016년 2월 이곳에 발령을 받고 고민했다. 도시재생과는 기술직이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사회복지직은 근무를 기피한다. 업무를 시작하려 하자, 처음에는 업주들로 구성된 협회에 자주 불려갔다. 업주들은 삼청교육대 출신과 전과자가 많다는 등의 엄포를 했다. 건장한 체격에 문신이 그려진 젊은 포주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공포였다. 가족 중에 여자가 있으면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협박에 카톡 프로필에 올린 가족사진을 지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적극성과 책임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토지·건물의 매매를 약속하고도 3개월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다른 업주 등이 눈치채지 못하게 진행해야 했고, 행정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인내하며 업주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도시재생사업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올해 예산 67억원을 투자해 성매매집결지를 점진적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릅니다. 도로 확대와 정비, 주민 공동체 공간 확보 등 주민 삶의 질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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