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60년 이상 가업으로 대를 이어오고 있는 노포기업 20곳을 찾아 지원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책자 <노포, 사람을 그리다>를 펴냈다. 경북도 제공
“내가 그만두면 이제 문을 닫아야 해요. 달리 방법이 없네요.”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자리 잡은 ‘뉴문화사장’은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관으로 알려져 있다. 한문현(70)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36살 아들이 안동으로 내려와 사진관을 운영하지는 않을 거다. 현재 사진관 운영이 매우 어렵다. 5년쯤 뒤에는 관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진관은 1940년대 한 대표 아버지가 세운 뒤 70여년 동안 2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30∼40여년 전에는 안동에 사진관이 120곳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겨우 10여곳이 명맥만 잇고 있다.
경북도는 3일 ‘뉴문화사장’처럼 60여년 이상 가업으로 이어져 오는 ‘노포(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가게) 기업’ 20곳을 찾아내 스토리텔링 책자 <노포, 사람을 그리다>를 펴냈다. 경북도는 “잊혀져가는 노포의 역사를 보존하고 가치를 기록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 지난해 3월부터 경북 곳곳에 숨은 노포를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조사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1949년 문을 연 뒤 2대째 열쇠업을 해온 포항시 ‘죽도열쇠’, 79살 이발사가 지키는 문경시 ‘현대이발관’, 1955년부터 3대째 내려오면서 벽지와 장판지 종류를 파는 ‘성주지업사’ 등이 소개돼 있다. 이 밖에 동네서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올해 64살 난 영주시 ‘스쿨서점’도 눈길을 끈다. 이 서점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경북도는 <노포, 사람을 그리다> 1000권을 펴내 전국 국·공립 도서관에 보내 홍보하기로 했다. 또 ‘경북 청년 노포기업 지원단’을 만들어 노포기업 지원에 나섰다.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본부장은 “노포기업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기업들이 100년 장수하도록 청년들이 나서 홍보와 맞춤형 디자인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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