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전주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이 5일 오전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고준희양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야산에 매장된 고준희(5)양 시신 유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뚜렷한 사망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아동학대치사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전북지방경찰청 전주덕진경찰서는 5일 “준희양을 폭행·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친아버지 고아무개(37)씨와 내연녀 이아무개(36)씨를 6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씨 친어머니 김아무개(62)씨도 검찰에 넘겨진다.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지난해 4월25일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앓는 준희양 발목과 등을 발로 여러 차례 밟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상처를 입히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2명은 이튿날 준희양이 수시로 의식을 잃고 호흡이 불안정하자,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에 태우는 과정에서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 3명은 지난해 4월26일 전주에 있는 이씨 모친 김씨 집에서 시신 유기를 모의했고, 고씨와 김씨는 이튿날인 4월27일 오전 2시께 고씨의 선산이 있는 군산의 야산에 준희양 시신을 매장했다. 이들은 준희양 시신 유기 이틀 뒤인 4월29일 경남으로 1박2일 가족여행을 가서 준희양이 여전히 생존한 것처럼 꾸미기로 공모했다.
이후 준희양 장난감을 김씨 집에 가져다 놓고, 지난해 6월부터 매달 아이 양육수당을 받는 등 계획적으로 은폐를 시도했다. 고씨는 내연녀 이씨와 다툼이 잦아 별거를 하게 되자 이씨에게 실종신고를 제안해 지난해 12월8일 경찰에 신고했다. 둘이 헤어지면 “준희의 행방에 관해 물어볼 이웃이 있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영근 전주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준희양이 살해됐을 가능성도 계속 수사했으나 이들은 끝내 자백하지 않았다. 준희양의 등을 밟은 사실 인정과 외부충격에 의한 쇼크사 가능성 등으로 볼때 학대치사 인과관계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재판과정에서 입증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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