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상대표로 참여한 황영신·곽옥례씨가 전북대학교 예체능관에서 얘기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정규직 전환으로 당당한 엄마가 됐어요.”
지난 5일 전북대학교 예체능관에서 만난 황영신(57)·곽옥례(53)씨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신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전북대는 이들을 비롯한 청소노동자 117명(여자 100명, 남자 17명)을 올해 1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는 국립대에서는 처음이다. 전북대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이후 지난해 8월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지속적으로 대화했다. 황씨와 곽씨 등은 청소노동자 협상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해마다 고용승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안했는데, 늦은 나이에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앞으로 자녀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대부분 1년 또는 3년에 1차례씩 계약을 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인원을 삭감한다는 소문이 돌 때면 불안하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지역 사립대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소식을 묻자, 이들은 “남의 얘기가 아니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들도 집안의 가장일텐데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면 막막할 것이다. 항상 힘없는 사람만 피해보는 것 같다. 입장을 바꾸어서 우리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깜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청소노동자들의 임용장 수여식이 열렸다. 행사가 끝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지난 3일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임용장 수여식이 열렸다. 전북대 제공
이들은 “온전히 임금부분만 생각하면, 올해 최저임금이 16.4%가 올랐기 때문에 정규직이 되면 오히려 손해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나중을 기약하며 큰 틀에서 양보했다. 학교 쪽에서 단계적으로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꼭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학교 쪽은 맞춤형 복지제도, 해외연수, 직장 어린이집 이용 등의 혜택과 휴게실 개선, 청소장비 기계화 실현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합의를 도출해야 해서 시기적으로 촉박하기도 했으며, 아직 신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교 쪽은 지난 3일 교내 진수당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임용장 수여식을 열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정규직으로 바뀐 이들의 정년은 대부분 만 65살이고, 1968년 이후 출생자부터 만 60살이다. 이남호 총장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양보하며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런 과정과 결정은 사회통합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