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 김경민 축구선수의 어머니가 김 선수 모교에 성금 1천만원을 기탁했다. 전주대 제공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이 있잖아요. 돈만 몰래 놓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알려져 쑥쓰럽습니다.” 지난 7일 오전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대학교 축구부를 찾아와 1천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내놓은 강인정(44)씨의 고백이다. 그는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곧 자궁암 수술을 앞두고 있다. 강씨는 최근 전남 드래곤즈 축구단에 입단한 김경민(21·전주대 경기지도학과 4) 선수의 어머니다. 김 선수는 암투병 중인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프로축구단 입단 계약금의 일부를 내놓았다.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김경민 선수. 전주대 제공
촉망받던 축구선수였던 김경민은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한때 운동을 포기하려 했으나,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때부터 어머니 강씨와 함께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주변에 환원하자”고 다짐을 했고 이번에 그 약속을 실천했다. 강씨는 “더 늦기 전에 마음먹은 것을 아들과 함께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전남 광양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김 선수는 공격수로 주목받는 대학축구의 유망주다. 2017년 청소년대표, 2016년 아시아 대학축구선수권대회 대표팀으로 발탁될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185㎝의 큰 키와 100m를 12초대에 돌파하는 스피드를 갖추고 있다.
정진혁 전주대 축구부 감독은 “1천만원이라고 하지만 이 돈의 가치는 어느 기업인의 10억원 못지 않은 액수”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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