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대구 중구 매일가든에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대구시당이 전문가들과 함께 지방선거 제도 개선을 위한 정당 토론회를 하고 있다. 정의당 대구시당
“1·2당 공천을 받으면 살인자도 당선이고, 공천 못 받으면 공자님도 낙선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지방적폐의 온상 기초의원 2인 선거구제 폐지하자’는 글의 일부다. 이 시장은 이 글에서 거대 양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2인 선거구의 폐해를 꼬집었다. 그는 고교 신입생 무상교복 지원 조례 통과를 요구하는 학부모에게 막말한 성남시의원 사례를 들며 “기초의원들은 시민 무시를 넘어 시민 폭행을 해도, 당론 따르고 공천권자에 잘 보이면 재선, 3선 출세가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25일 정의당 대구시당은 ‘수성구의회 참 가지가지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날 자유한국당이 다수인 수성구의회는 사회적 약자인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보호하는 조례를 부결했다. 수성구의회에서는 지난해 9월 한국당 서상국 의원이 여성 구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수성구의회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8일 수성구의회는 성추행 의혹을 받는 서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자유한국당 소속 구의원 9명이 서 의원의 징계에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의를 외면하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이들을 6월 지방선거에서 심판하자”고 분노했다. 하지만 한국당 구의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2인 선거구 중심의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어차피 한국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것이란 자신감 때문이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도입된 이후 23년이 흘렀다.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역주의에 기댄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를 독점하고 있다. 그 결과 감시와 견제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민의가 배제된 밀실 행정, 기득권 짬짜미, 부정부패 등이 채웠다. 2인 선거구 폐지와 4인 선거구 도입·확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6월13일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시·군·구) 4인 선거구 확대 등 지방선거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정 정당의 지방의회 독점을 막아 다양한 목소리를 지역 정치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특히 정의당 대구시당과 광주시당은 ‘선거법 개정 달빛동맹’을 맺고 기초의원 4인 선거구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달빛동맹은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머리글자를 땄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대구와 광주에서는 한 정당이 기초의원 지역구 당선자의 80% 가까이를 차지했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작은 정당이 의회에 진출해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 기초의원 선거는 4인 선거구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인 선거구 확대 요구 등에 국회는 침묵하고 대부분의 광역 시·도는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이 마련된 곳은 서울, 울산, 충남 3곳밖에 없다.
김일우 기자, 전국종합
cooly@hani.co.kr
2인·4인 선거구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 기초의원(시·군·구) 선거구에서는 2~4명을 뽑는다. 각 정당은 2인 선거구에서는 최대 2명, 4인 선거구에서는 최대 4명을 후보로 공천할 수 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전국 기초의원 선거구 가운데 2인 선거구가 59.2%였다. 당시 2인 선거구에선 대구·경북, 호남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2명이 당선되고, 그 이외 지역에선 두 당이 2석을 나눠 갖는 경우가 많았다. 작은 정당들은 4인 선거구에 1명만 공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결과 기초의회가 거대 정당의 일당 독점 또는 나눠먹기 구조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