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일대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물들. 고양시 제공
경기도 고양시가 덕양구 도내동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이 대량 발견됐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문화재청이 “전문가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고양시가 아직 충분히 조사되지 않은 유물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고양시는 지난해 서울문산고속도로 건설 구간인 덕양구 도내동 787번지 일대 4500㎡에서 1차 발굴조사를 벌여 6만~8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구석기시대 유물 8천점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시는 조사기관인 겨레문화유산연구원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9월6일부터 12월12일까지 1차로 발굴조사를 했으며, 현재까지 8천여점 가량의 유물을 수습했다고 설명했다. 유적지의 입지는 구릉 경사면이며, 유물의 종류는 몸돌·돌조각(격지) 등 석기 제작과 관련된 유물이 많았다. 발굴된 유물은 현재 공사장 컨테이너에 보관 중이고 현장은 공사를 중지하고 보존 중이다.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서울문산고속도로 공사현장. 고양시 제공
고양시는 지난달 출토 유물에 대한 전문가 회의를 연 뒤 연천 전곡리, 파주 운정지구와 같은 7만년 전 중기 구석기 유적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한반도 최초·최대의 석기 제작소가 발견됐다. 지역에서 출토된 문화자산을 한 곳에서 집대성할 수 있는 국립박물관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발굴 중이라 이 유적의 성격이나 연대를 알 수 없는 상태댜. 고양시가 너무 빨리 발표해 당혹스럽다. 발굴 완료 뒤 전문가 검토를 통해 가치를 평가하고 보존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태 겨레문화유산연구원장도 “구석기 유물은 맞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