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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19년치’ 온기 남기고 떠난 미래의 도선사

등록 2018-01-10 16:47수정 2018-01-10 20:03

‘3등 항해사’ 정성훈씨 지난달 중국서 추락사
승선 직전 부산연탄은행에 다달이 2만원 약정
“아들 카톡 받았었다” 부친 500만원 선기부
고 정성훈씨. 부산연탄은행 페이스북 갈무리
고 정성훈씨. 부산연탄은행 페이스북 갈무리
“아들을 위해 귀하게 사용해 주세요.”

지난 9일 부산연탄은행에 전화가 걸려왔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뜻을 이어받고 싶다며 아들의 보상금 가운데 5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의 이름은 정성훈씨다. 배가 항구에 무사히 정박하는 것을 돕는 도선사가 꿈이었던 그는 지난해 2월 한국해양대에서 4년 장학금을 받고 졸업을 하고 대형 컨테이너선의 3등 항해사가 됐다. 지난달초 두 번째 승선을 하고 중국에서 하역작업을 하다가 불의의 추락사고를 당해 23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정씨의 아버지가 부산연탄은행에 500만원을 기부한 것은 아들이 추락사고를 당하기 이틀 전 부산연탄은행에 다달이 2만원씩 후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숨진 정씨는 정신적 후원자로 생각하고 대학 1학년 때부터 따랐던 한아무개 도선사가 부산연탄은행에 봉사와 후원을 한다는 것을 알고 부산연탄은행 후원을 결심했다. 한씨는 “성훈이가 승선 직전 카톡으로 부산연탄은행에 2만원씩 후원하기로 하고 계좌이체 신청을 했다고 연락해 왔다. 4년 동안 지켜본 성훈이는 모범생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못다 한 뜻을 이뤄주기로 결심하고 다달이 2만원씩 후원을 하려고 생각했지만 그리운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한꺼번에 19년치를 후원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부산연탄은행 대표 강정칠 목사는 페이스북에서 “‘기부금을 받을 수 없으니 더 귀한 다른 곳에 사용해 달라’고 말했지만 정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봐서라도 후원금을 간곡히 받아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목사는 “가슴 아픈 후원금을 받으면서 부산연탄은행을 어떻게 세워 갈 것이냐는 숙제를 받았다. 성훈군의 후원금 받은 사연의 글을 올리는 것이 아프지만 성훈이 부모님의 깊은 뜻을 알리고 전하는 것이 성훈이를 위한 것이라 생각해 글을 올린다. 아들을 먼저 보낸 성훈군의 부모님께 하늘의 위로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탄은행은 가난해서 연탄을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여섯 달 동안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장에 600원 하는 연탄을 직접 배달하거나 쌀을 나눠주고 무료 급식 등을 한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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