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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38년만에 은혜 갚은 노부부의 손편지 ‘잔잔한 감동’

등록 2018-01-16 16:32수정 2018-01-16 21:04

밀양 사는 70대, 빌린 차비 못갚은 여관 주인에 편지와 함께 50만원 동봉
전상구씨가 38년 전 돈을 빌린 이원규씨를 찾는 데 도움을 준 이종근 이장에게 쓴 편지. 삼척시청 제공
“미안한 마음과 함께 다시 한 번 뒤늦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38년 만에 은혜를 갚은 전상구(73·경남 밀양)씨의 사연이 추위를 녹이고 있다.

전씨는 1980년 8월 아내와 함께 울릉도로 피서를 가려고 삼척 임원항에 들렀다. 궂은 날씨 탓에 임원항에서 이틀을 기다려 울릉도로 떠났다. 그러나 여행 일정이 계획보다 길어진 탓에 임원항으로 돌아왔을 때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가 떨어졌다. 당시에는 지인으로 부터 송금받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전씨는 울릉도로 출항하기 전에 묵었던 여관 주인 이원규씨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씨가 선뜻 차비를 빌려줘 전씨와 아내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이씨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잃어버려 “밀양에 도착하는 즉시 돈을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전씨는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라진 꼴이 돼 버렸다. 무엇보다 ‘세상에 믿을 인간이 없구나’하는 불신을 드린 것 같아 내내 마음 한구석에 걸렸다”고 심경을 밝혔다.

전상구씨가 돈을 빌린 이원규씨 아내에게 38년 만에 보낸 감사의 편지. 삼척시청 제공

최근 일기장을 살피던 전씨는 이씨의 주소를 발견하고 삼척시 원덕읍사무소 임원출장소에 도움을 청했다가 ‘이씨는 이미 1994년 세상을 떠났지만 이씨의 아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씨는 이씨를 찾는 데 도움을 준 이종근(58) 임원1리 이장과 이원규씨의 아내에게 그동안의 사연과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50만원을 동봉했다.

전상구씨는 “염치 불고하고 며칠 묵었던 인연으로 돈을 빌려 여태 갚지 못하고 새삼스레 지금 이렇게 부산을 떨고 있다. 뒤늦게 보내드리오니 잘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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