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미시령터널 통행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56% 줄었다. 이 탓에 강원도가 미시령터널 시행사인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보전해야 할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 강원도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강원도청 제공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미시령터널 통행량이 급감하면서 강원도가 빚더미에 오를 위기에 몰렸다. 시행사와 한 최소운영수입보장 약속 때문이다. 자칫 공사비의 3배 가까이 더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강원도는 지난해 7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12월 말까지 미시령터널 통행량은 지난 2016년 같은 기간에 견줘 56%(176만7937대) 줄었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미시령터널을 이용해 속초와 양양 등 동해안으로 가던 차량이 서울~양양고속도로로 몰리면서 미시령터널 통행량이 급감한 것이다.
미시령터널의 최소운영수입보장 비율은 79.8%다. 통행량이 79.8%에 미치지 못하면, 그 비율만큼 강원도가 보전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 계약에 따라 2006년 미시령터널 개통 이후 지금까지 238억원을 보전했다. 해마다 20억원 정도다.
하지만 통행량이 급격히 줄면서 강원도가 보전해야 할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강원도는 이대로 통행량이 줄면 계약이 끝나는 2036년까지 미시령터널 시행사인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2400억원을 추가로 보전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해 보전액은 20억 원대에서 120억 원대로 늘어난다. 지금까지 보전한 금액과 앞으로 보전할 금액을 더하면 미시령터널 공사비 964억6000만원의 2.7배에 이른다.
미시령터널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자 강원도는 재정부담 최소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원도는 한 달에 한 번 미시령터널을 이용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경품이벤트를 벌이고, 국도 주변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전국 사진공모전을 여는 등 통행량 증대를 위해 8억3000만원을 들여 13개 사업을 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또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국민연금공단과 체결한 고금리(9%) 대출을 저금리(3~4%)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참이다.
김성근 강원도의원(속초)은 “경품 준다고 고속도로로 갈 사람이 미시령터널로 가진 않는다. 근시안적인 대책으로 강원도가 또 다른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소송을 통해 계약을 파기하고 일정 금액을 주고 톨게이트를 인수하는 공익처분 말고는 해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우선 단기적으로 통행량 증대를 위한 시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도 하고 있다. 이마저도 안되면 공익처분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