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역 6개 시민사회단체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교육지원청에서 ‘경기도 분도, 꼭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경기도 분도에 관한 도민 공청회를 열고 있다. 100만고양자치연대 제공
경기 북부 주민들이 경기 북부의 10개 시·군을 독립적인 광역 지자체인 ‘평화특별자치도’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기도 남북 분리론’은 지난 30여년 동안 경기 북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돼왔으나, 시민단체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100만고양자치연대 등 경기 북부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고양교육지원청에서 ‘경기도 분도, 꼭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시민공청회를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통일자치도’ 신설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경기북도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동두천·연천)은 이날 기조 연설에서 “경기 북부는 그동안 정부의 각종 규제로 경기 남부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돼있다. 계속되는 규제로 인해 경기도 남부와의 경제·교육·문화·의료 등 분야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경제권, 생활권, 지역적 특성이 다른 경기도 북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 국토의 균형 발전을 촉진하고 주민 생활의 편익을 증진해야 한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률안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한강 이북에 있는 고양·구리·남양주·동두천·양주·의정부·파주·포천·가평·연천 등 북부 10개 시·군을 ‘경기북도’로, 나머지 21개 시·군은 ‘경기남도’로 분리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발제에 나선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을 지역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불일치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경기북부다. 같은 경기도임에도 경기 남부와 북부는 격차가 심해 동질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인구의 4분의 1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규모의 불경제를 줄이고, 행정의 민주성과 대응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는 “자치와 분권이 시대정신이고 주민들도 분도를 통한 질 높은 행정·교육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경기북부에 평화특별자치도를 신설해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경기도 분도에 관한 도민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들. 100만고양자치연대 제공
김승국 평화도시연구소장은 “역사·지리적 맥락으로 볼 때, 경기 북부는 서울 중심의 한강 문명이 아닌 임진강 중심의 문명”이라며 “고양·김포·파주·연천·개성을 이어 임진강 문명을 복원하는 것이 지역 차원의 통일이다. 통일을 위해 경기 북부를 평화통일자치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재준 경기도 의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분도를 하려면 중앙정부 교부금이나 재정 수입 문제 등 기본적 검증이 필요한데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다. 규제 개혁의 수단으로 분도가 추진돼서는 안 되며 분도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10개 시·군의 면적은 4266㎢로 경기도 전체의 41.9%, 인구는 340만명으로 25.8%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역내 총생산(GRDP)는 경기도 전체의 18%, 예산규모는 17.6%에 불과하다.
이날 공청회는 통일문화재단과 100만고양자치연대, 고양 와이엠시에이(YMCA), 고양파주흥사단, 평화의 도 추진 범시민연대, 경기북도 신설추진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