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전단을 만들었다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8개월 동안 구속됐던 박성수씨(오른쪽)가 2015년 12월22일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대구구치소를 나오며 마중을 나온 변홍철씨와 함께 웃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박근혜에 비하면 이명박은 성군이네. 조선일보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사라진 7시간을 왜 못 밝히느냐며 성토. 산케이신문에서 7시간 동안 박근혜와 정윤회의 남녀관계를 암시하는 기사를 썼다 고소됨. 결국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벗어날 방법이 종북몰이밖에 없다는 판단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런 전단을 만들어 퍼뜨린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치판단 또는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그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2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부(재판장 임범석)는 25일 형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성수(45)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던 전단 내용(형법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단을 박씨로부터 받아 길에서 뿌리는 행위극을 했다가 1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받은 변홍철(49)씨와 신아무개(37)씨도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풍자, 비유 등의 표현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류제모 변호사는 “재판부가 전단에 대해 당연한 판결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일부가 인정된 것은 좀 아쉽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풍자, 표현의 자유가 좀 더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씨와 신씨는 2015년 2월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비판 전단을 뿌리는 행위극을 했다. 검찰은 그해 5월 “전단의 내용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변씨와 신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전단을 만든 박씨를 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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