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류씨 참판공파문회가 울산박물관에 기증한 <송호유집> 하책. 상책은 시문과 일기 일부, 하책은 일기가 실려 있다. 울산박물관 제공
“4월14일 왜적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4월16일 염색한 포백 30필로 군복을 만들고, 붉은 명주 10척으로 기를 만들어 ‘수의장’(守義將)이라 썼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울산에서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맞서 싸웠던 한 의병장의 일기 내용 일부다. 이 유물이 지난해 울산시문화재로 지정된 뒤 울산박물관에 기증됐다.
울산시와 울산박물관은 26일 시장실에서 울산시 유형문화재 유물 기증식을 열고 유물을 기증한 문화 류씨 문중 회원 20여 명을 초청해 감사패를 수여했다. 기증 유물은 ‘문화 류씨 참판공파 문회’(회장 류복수)가 소장하던 <송호유집>(울산시 유형문화재 37호) 상·하 두 책이다. 이 유물은 임진왜란 때 울산지역 의병장으로 활동하다가 팔공산 전투에서 순절한 송호 류정(1537~1597)의 문집으로, 시문(138제 168수)과 일기(1590.3.20.~1597.9.22. 7년6개월)가 실려 있다.
이 유물은 류정의 증손(류천좌)이 수습해 정서해둔 것을 1830년께 후손들이 찾아내 지금까지 문화 류씨 참판공파 문회가 소장하고 있다가, 지난해 1월 울산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뒤 연말에 문회 정기총회를 열어 울산시에 기증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울산박물관과 기증협의를 해왔다. 시문과 일기에는 무룡산, 치술령, 망부석, 학성관, 백련암, 대왕암, 분황사 등 울산과 경주 일대 주요 지명이 언급되고, 당시 활동한 의병장들의 이름과 활동기록이 남아 있어 임진왜란기 지역 의병활동을 연구하고 당시 역사·문화를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이날 기증식에서 “문중에서 소중하게 보관하던 유물을 기증해주셔서 감사하다.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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