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복원사업으로 2022년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석관동 캠퍼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이전을 앞둔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유치를 위해 지자체들이 유치위원회를 꾸리고 기숙사 제공을 제안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예종은 전문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1992년 설립된 4년제 국립특수대학이다. 서울 성북구와 종로구, 서초구 등 3곳에 캠퍼스가 분산돼 있다.
29일 한예종 설명을 들어보면, 한예종은 2016년 12월 만든 ‘한국예술종합학교 2025 캠퍼스 기본구상 용역’에 따라 캠퍼스를 하나로 묶는 ‘통합형’ 이전 후보지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인천 서구 연희동을 검토하고 있다. 석관동 캠퍼스만 우선 이전하는 ‘네트워크형’ 이전 후보지로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 노원구 상계동 △경기 과천시를 고려하고 있다.
한예종은 다음달 말까지 교직원과 관계기관 전문가로 ‘캠퍼스 2025 추진단’을 꾸려 올 상반기 안에 6개 후보지 가운데 캠퍼스 이전 대상지를 정할 방침이다. 석관동 의릉 일대에 자리한 석관동 캠퍼스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의릉의 왕릉 복원 사업을 위해 2022년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통합형 캠퍼스’ 후보지에 있는 지자체는 지난해부터 장점을 부각하며 유치 경쟁에 적극 나섰다. 송파구는 지난해 박춘희 구청장이 위원장인 ‘한예종 유치 범구민 추진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인천시는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남쪽 광장 18만㎡ 터와 재학생 전원 기숙사 제공, 공사 비용 지원 등을 제안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고양시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예종 유치시 11만2300㎡ 이상 터를 원가 수준으로 공급하고 학교터 인근에 1000명 규모의 기숙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시가 구상하는 캠퍼스는 자유로 킨텍스나들목 인근 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 사업지다. 고양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공시지가가 송파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조성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주변에 콘텐츠밸리, 한류월드 테마파크 등 문화예술 인프라가 풍부해 한예종과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종 관계자는 “학생·교수·교직원·강사 등 학교 구성원 의견을 최우선 고려하고 각 지자체 설명을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용역 설문조사에서는 학교 구성원 90% 이상이 서울 안으로 이전하기를 희망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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