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도의 예방적 살처분에 항의해 무소유 마을로 알려진 화성시 향남읍 산안마을 주민들이 농장 입구에서 관행적인 예방적 살처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할 때마다 획일적으로 반복되는 예방적 살처분은 효과적인 대책일까? ‘무소유 마을’로 알려진 경기도 화성시 산안마을이 주변 농가의 AI 발생으로 살처분 지역에 포함됐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일단 살처분이 보류됐다. 이례적인 산안마을의 ‘실험’이 주목된다.
29일 오후 2시 경기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 산안마을 마을회관에서 김성식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 등 경기도와 화성시 관계자들이 긴급히 모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포천에 이어 화성·평택으로 확산 중인 조류 인플루엔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3만여마리의 산란계 농장인 산안마을은 최근 화성시 전체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한 조류인플루엔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19일 팔탄읍 한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뒤 이뤄진 조사였다. 그러나 27일 산안마을에서 800여m 떨어진 평택시 청북면 한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되자 예방적 살처분 대상 지역에 포함됐다.
경기도는 평택의 확진 농장 주변 500m 이내 4개 산란계 농장 43만마리를 살처분한데 이어, 이날 확진 농장에서 3㎞ 안에 있는 화성의 농장들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에 나섰다. 산안마을도 대상이 된 4곳 중 1곳이었다. 김 과장은 “현재 조류인플루엔자는 잠정적으로 설치류 등 야생동물에 의한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고, 설치류의 행동 반경이 3㎞로여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산안마을 윤성열 전 대표는 “이곳에서 키운 닭들은 34년째 질병에 걸린 적도 없고, 공장식이 아니라 3만여평에 풀어서 키우는 방사식이다. 닭의 내장 길이가 일반 닭보다 1.5배 더 길어 면역력도 강하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지도 않은 방사 닭들을 살처분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경기도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계란 유통 금지 △병아리 입출입 금지 △폐사 닭에 대한 검사 후 처리 등 조건으로 이날 산안마을 닭들에 대한 살처분을 하지 않았다. 나머지 3곳 농장만 농장주들의 동의 아래 조처하기로 했다.
산안마을 외에도 예방적 살처분을 놓고 정부와 농민 간에 대립한 경우는 있었다. 지난해 3월 전북 익산시에서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가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에 반발해 살처분을 거부하고 현재 재판 중이다. 신윤식 구문천리 이장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속에서도 산안마을에서 닭들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면 앞으로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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