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2전시장에서 열린 김유임 경기도 의원의 책 ‘새로운 고양, 한다면 한다’ 출판기념회에 지지자들이 참석해 축하하고 있다. 김유임 경기도의원 제공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 고양시장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지역 공무원과 중소 상공인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30일 고양시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최성 고양시장은 다음달 3일 킨텍스 2전시장에서 <도전에서 소명으로>란 책의 출판기념회를 연다. 최 시장은 지난해 1월에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나는 왜 대권에 도전하는가>라는 책 출판기념회를 대규모로 연 바 있다.
같은 날 박윤희 전 고양시 의장은 백석동 한국예탁결제원 일산센터에서 <고양도시설계>란 책 출판기념회를 연다. 앞서 김유임 경기도의원은 지난 27일 킨텍스 2전시장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시민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고양, 한다면 한다>란 책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또 김영환 경기도 의원은 지난해 11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책 <다시 새 길>로 출판기념회의 포문을 열었다. 한편, 이재준 경기도 의원은 12월 자신의 의정활동을 담은 책 <격론>을 펴낸 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고양시장 선거 출마 뜻을 밝힌 김영환 경기도의원(가운데)이 지난해 11월 킨텍스에서 열린 자신의 책 ‘다시 새 길’ 출판기념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영환 경기도의원 제공
세력 과시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정치인들의 대규모 출판기념회에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민들은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부정청탁및금품수수금지법(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 수익은 신고 의무가 없고 책값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특히 재임 기간에 무려 6권의 책을 내고 4번의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연 최성 현 시장에 대해선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시민은 “시장 후보나 정치 신인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정책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진 현역 시장이 출판기념회를 남용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최 시장이 휴일에도 거의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데 6권이나 책을 쓴 것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시장의 출판기념회 때마다 시 공무원들이 흥행에 신경을 써야 해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격한 현행 정치자금법 규정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장치가 출판기념회”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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